세계적인 그래픽 아티스트 '장 줄리앙' DDP서 '그러면, 거기' 展 개최
위트 있는 그림으로 세계적 브랜드와 협업하는 인기 작가의 첫 회고전(22.10.1~23.1.8)
100권의 스케치북과 회화, 조각, 영상, 미디어 아트까지 1천여 점의 작품 전시
2023-10-03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장 줄리앙. 그의 이름은 낯설 수 있지만 작품만큼은 낯설지 않다. 전 세계 수많은 셀럽들의 SNS에서 그리고 전 세계 수많은 브랜드 상품들에서 우리는 그의 작품을 계속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동그란 눈에 앙증맞게 혀를 내민 얼굴 모양의 쿠키, 숯검댕이 눈썹이 반쯤 덮은 눈과 콧수염이 그려진 주방 장갑... 이쯤에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맞다. 그의 작품이다.
장 줄리앙이 자신의 첫 번째 회고전을 위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를 찾았다. 장 줄리앙의 첫 번째 회고전 <그러면, 거기>는 10월 1일 부터 23년 1월 8일 까지 DDP 뮤지엄 전시1관에서 개최된다.
전시는 장 줄리앙 스튜디오와 허재영 디렉터가 기획하고 ㈜지엔씨미디어가 주최/주관,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DDP를 운영하는 서울디자인재단이 후원한다.
이번 전시는 대규모 회고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그가 어린 시절부터 작업하며 보관해온 100권의 스케치북부터 일러스트와 회화, 조각과 오브제, 미디어 아트 등 약 1천 점의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장 줄리앙은 여느 일러스트 작가들처럼 항상 스케치북을 갖고 다니며 인상적인 순간을 즉흥적인 드로잉으로 기록한다. 그가 기록한 모든 것들은 하나의 완성작을 탄생시키기 위한 영감의 원천이 된다.
이번에 공개된 100권의 스케치북은 그중 일부로 세상에 처음 공개된다.
장 줄리앙의 작품 활동은 친근하고 장난스러운 시선으로 일상을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디지털에 중독된 세태를 풍자한 일러스트나 월요병을 상징하는 일러스트, 정크푸드(JUNK FOOD)에 중독된 신체 일러스트는 그의 예술적 접근 방식을 대변하는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은 하나같이 표현은 장난스럽지만 작품에 담긴 내용은 촌철살인적이다. 현대인의 일상과 사회적 이슈를 날카롭지만 단순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장 줄리앙 작품의 특징이다.
"나는 비판적인 성격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기 보다 불쾌한 것들을 유쾌하게 바꿔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다"라며 작품 활동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나의 주변 세계를 관찰하고 타인과 소통하기에 드로잉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드로잉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만나도 통역이 필요 없다. 내가 단순하게 작업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시장은 <100권의 스케치북>, <드로잉>, <모형에서 영상으로>, <가족>, <소셜 미디어> 등 작가의 마음속 열정의 변화에 따라 작품이 변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총 12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전시장 입구에는 작가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기록한 거대한 스케치북이 펼쳐져 관람객을 맞는다.
첫 번째 소개되는 테마 <100권의 스케치북>은 작가가 연필을 잡는 방법을 익힌 순간부터 틈나는 대로 드로잉한 100권의 스케치북으로 구성됐다. 스케치북을 채우는 습관은 작가가 평범한 일상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가 됐다. 다음 테마인 <드로잉>은 장 줄리앙의 습작들로 가득 찬 공간이다. 이 공간은 앞서도 밝혔듯 "드로잉은 언어와 같다"는 작가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모형에서 영상으로>는 장 줄리앙의 수많은 실험적 작업 세계를 소개한다. 작가가 “나의 기술적 능력은 한계가 있을지 몰라도 나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고 말한 것처럼 지금도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작가의 확장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장 줄리앙이 일상 속 아름다움을 들여다볼 줄 아는 작가가 된 데에는 부모님, 형제자매와의 끈끈한 유대감이 큰 몫을 차지한다. <가족> 테마는 작품의 밑거름이 되어준 가족들과 함께 했던 행복했던 순간들을 추억하며 만든 공간이다. <소셜 미디어>은 작가가 사람들에게 작품을 소개하는 매체로 활용하는 SNS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별히 장 줄리앙이 전시 설치 기간에 직접 내한해 전시장을 비롯해 야외 전시까지 약 2주간 드로잉으로 현장을 직접 채우며 전시장 조성 과정에 참여했다.
전시장 곳곳에는 작은 전시 안내 문구부터 벽면 가로 공간을 빼곡히 채워 넣은 대형 벽화까지 작가가 직접 손으로 그린 작업물들이 가득하다. 작가가 직접 채워 넣은 드로잉 작업물은 전시된 작품들과 어우러져 하나의 큰 작품처럼 보인다. 전시장 내부에 시트지처럼 감쪽같이 연출된 작가의 핸드 드로잉 작업물을 찾아보는 것도 전시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주 전시장인 전시 1관 외에도 DDP 야외 공간인 잔디 언덕에 두 점의 작품이 설치됐다. 야외 작품 또한 작가의 현장 드로잉을 통해 완성됐다. 야외전시는 서울디자인재단과 협업으로 기획된 것으로 작가가 최초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오또(Otto)' 작품과 15년 이상 지기 대학 친구인 허재영 디렉터와 협업을 상징하는 '퓨전(Fusion)'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 작품부터 그가 새롭게 탐구해온 최신 작품들까지 장 줄리앙 작품의 발전 과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첫 회고전을 여는 장 줄리앙은 "창의적인 삶이란 항상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마음속에 있는 열정이 어떻게 변화하고 작품으로 표현되어 왔는지 그 과정을 이 전시에서 보여주고 싶다." 고 전시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