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마포 소각장 준공영제로 위기대응 해야

2022-10-04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환경경영학박사
김동환
[매일일보] 수도권매립지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현실화 되면서 서울시 등 수도권 폐기물 처리가 쟁점화 되고 있다. 서울시는 생활폐기물 처리 용량 확보를 위해 마포에 하루 1000t(톤) 규모의 광역자원회수시설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주민들의 염려를 덜기 위해 배출가스를 법적 허용기준보다 10배 수준으로 강화하고 약 1000억원을 투입해 인근 주민들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광역자원회수시설지상부에는 전망대형 굴뚝을 설치해 서울시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것이 기본 설계 방향이다. 소각시설 상부에 스키장을 만들고 벽면에 암벽장을 설치해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덴마크 코펜하겐 ‘아마게르 바케’와 같은 명소를 만들어 주민과의 공존을 위한 조금은 진전된 설계이다. 하지만 마포구 주민들은 주민 협의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자원회수시설에 싸늘한 반응이다. 마포구에는 이미 2005년부터 가동되고 있는 상암동 자원회수시설이 운용 중으로 또 다시 대형 자원회수시설 건립은 ‘형평성’에 어긋나며 그동안 운영과정에서 피부에 와 닿는 공감대를 형성시키지도 못했다. 노원, 양천 등 소각장건설에 극렬한 반대운동을 통해 다수의 정치인과 NGO들을 배출시킨 과거가 연상된다. 마포 소각장과 같은 대규모 환경시설에 대해서는 정부, 지자체, 민간이 함께하는 준공영제 도입으로 해결점을 찾자는 논의가 점차 불을 지피고 있다. 지자체 담당공무원들도 준공영제도입에 대한 논의가 좀 더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하는 반응이다. 준공영제의 사전적 의미는 민간 업체가 서비스를 공급하는 형태는 그대로 유지한 채 공적 기관에서 재정지원과 공동관리 등을 통해 공익성을 강화하는 제도다. 국내에서는 버스공영제가 실행되고 있으나 해외에서는 청소, 폐기물처리, 물관리 등 공공의 사업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성화되고 있다. 운영방식에서 준공영제 형식을 띠고 있는 사례로 미국 뉴욕시는 공무원인 환경보호국에서 상하수도 전반을 관할하지만 재원조달, 요금결정권 등은 뉴욕 지방물재정청, 요금분야는 물위원회가 조직돼 상호 견제와 의견조율을 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예산부족과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지자체, 민간기업, 주민이 함께하는 준공영제 형태의 사업추진을 적극 권장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는 27개의 민간 소각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소각시설도 1세대 개인기업 위주에서 대기업 등 중견기업 이상의 사업체로 전환되고 있다. 민간 소각시설의 최대처리능력 등을 이용하면 연간 최대 50만톤 가량을 추가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지난해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된 서울시의 생활폐기물이 34만t이므로 민간 소각시설의 50만t 가량의 여유용량으로 충분히 처리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지금도 수도권의 민간 소각시설에서 서울시 성동구, 은평구, 광진구 등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도 민간 소각시설에서 서울시, 경기도, 충청남도 등 각 지자체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매립지를 포함해 공공의 소각장, 폐기물처리장 등 대규모 운영시설에 대한 공공성, 기여도, 환경성, 공익성, 효율성, 안전성, 재정성 등에 대한 연구나 분석이 미흡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얼마 전 필자는 시내버스 준 공영제나 일본의 사례와 같이 민간 소각·매립시설을 생활폐기물과 산업폐기물 구분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준 공영제로 운영하는 방식을 통해 생활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물론 적정한 지역에 주민의 동의와 참여를 통해 대규모 소각장을 건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어느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상대적 피해와 박탈감을 주는 운영방식은 환경시설에 대한 님비현상만 가중돼 전 국토를 쓰레기장으로 만들 위험이 충분히 도사리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산업은 중·장기적 전략보다는 정치적, 지역적 한계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굴절돼 공정성과 환경성에서 비판적인 시각이 더 높은 것이 현실이다. 신규 소각장 건설만이 내 지역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에 매몰돼 기존 인프라에 대한 엄밀한 조사 분석도 없이 강행하는 것은 시간적 경제적으로 또 다른 위기를 가져오게 할 수 있다. 지자체와 정부는 좀 더 심도 있는 분석과 넓은 해안을 가지고 중·장기적 설계를 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