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하반기 무엇이 오르고 내리나
배추에 이어 원유값도 인상 예고…‘김치‧밀크플레이션’ 꿈틀
쌀값 폭락 및 국제곡물가격 하락…국내 반영까진 기간 필요
2023-10-04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식품 가격 등락에 소비자들의 촉각이 곤두섰다.
유제품과 배추 등 서민 식탁의 큰 축을 차지하는 주요 식자재 가격이 지속 오름세를 보이며 ‘밀크플레이션’, ‘김치플레이션’ 등이 대두되고 있다. 식품 제조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공급가를 줄인상하고 나섰다. 반면 쌀값은 유례없는 수준으로 폭락해,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식품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과 악기후로 인한 작황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및 코로나19 등에 따른 핵심 원부자재 수급난도 물가 오름세를 부추겼다. 이밖에 인건비, 가공비 등 인상 요인이 곳곳에 존재한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이 치솟고 있다. 올해는 예년 대비 기록적인 폭염‧폭우에 따른 출하 면적 감소와 병충해 피해가 겹치면서 작황이 부진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농업관측 엽근채소 10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배추 출하량은 평년보다 감소해 10㎏(상품) 기준 도매가격이 9000원대를 형성할 전망이다. 지난해 도매가격 5821원 보단 54.6%, 평년 가격 7159원과 비교했을 땐 25.7%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무와 당근의 도매가격(20kg)도 각각 2.3배, 2.7배씩 올랐다.
김치 제조 및 유통 기업들은 원가 부담이 커지자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15일부터 ‘비비고’ 김치 가격을 채널별로 평균 11% 올렸고, 대상 ‘종가집’ 김치 상품들은 지난 1일부터 평균 9.8%씩 상향조정했다.
원유가격 인상도 예고됐다. 앞서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안이 지난달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내년부터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눠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그간 낙농제도 개편에 집중하느라 미뤄졌던 원유 가격 인상도 시작될 전망이다. 올해 원유 가격은 47원에서 58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를 원료로 하는 우유를 비롯해 생크림, 빵, 커피, 아이스크림 등 각종 유가공 제품들의 가격이 덩달아 오르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리터당 21원 인상되면서, 소비자가격이 150~200원 인상된 바 있다. 이번 개편 후, 우유 1L 소비자가격은 3000원을 돌파할 것으로 점쳐진다.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등했던 국제 곡물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의 곡물 수출이 재개되고, 북반구 풍작으로 북미와 러시아의 밀 수확 전망이 개선된 데 따른 결과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 8월 세계 곡물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4% 내렸다. 다만 국내 식품 제조기업이 주로 수입하는 원재료인 밀, 옥수수 값은 여전히 높고, 통상 곡물의 투입 시기는 매입 시기 대비 약 3~6개월 정도 지연돼 시장 가격에 반영되기 까진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쌀값은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지난달 15일 기준 20㎏당 4만725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9% 떨어졌다. 1977년 관련 통계를 조사한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민생의 가장 큰 어려움인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각종 대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농산물 수급, 에너지 가격 변동성 등 물가 불안 요인들도 면밀히 점검해 제때 대응하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