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한·미·일 동시 겨냥…軍 "군사적 대응방안 검토"
한미일 훈련 등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에 대응 성격 커
갈수록 도발수위 높일 듯…이제 관심은 SLBM과 ICBM
일본 상공 지나 추락, 기시다 일본 총리 "강력 규탄, 폭거"
2023-10-04 김연지기자
[매일일보 김연지기자] 북한의 사실상 괌 겨냥 중거리미사일(IRBM) 발사는 최근 한일과 한미일 연합훈련 그리고 국군의날 우리 군의 이른바 '괴물 미사일' 즉 '고위력 현무 탄도미사일' 공개 등을 겨냥한 도발로 해석된다. 미국을 향해서는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하고, 일본에게는 열도에 언제든 미사일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라는 것이다. 물론 대남 도발과 함께 내부 결속의 목적으로도 읽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4일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그리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의 발사 각도는 약 30도에서 40도로 추정된다. 고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곧 미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 훈련이 아니라 괌이나 오키나와 등 태평양 일대의 미국과 일본의 전력 자산을 겨냥한 훈련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한·미 연합해상훈련(9월26~29일)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방한(9월29일) 그리고 한·미·일 대잠수함 훈련(9월30일) 등의 일정에 대한 대응 성격도 짙다.
실제 합참이 추정하고 있는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4500km다. 정점고도는 970km이며, 최고속도는 약 마하 17(초속 약 5.78km)로 최종 추락지점은 일본 동쪽 해상 3000km 지점 근처다. 발사체의 구체적 제원은 지난해 1월 시험한 'IRBM 화성-12형'의 개량형이거나 비슷한 종류로 예상된다.
문제는 앞으로의 도발 수위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발사가 최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와 결을 달리해 중거리 미사일 발사 능력을 시험 성격이 짙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평가다. 도발의 수위를 갈수록 강화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면 다음 순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군 당국은 즉각적인 규탄과 함께 군사적 대응 방안을 고려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NSC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한·미·일을 포함한 역내외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시킬 뿐”이라며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강화와 북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안보 협력 수준을 높여가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또 군 관계자는 "군사적 대응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우리 군 단독 혹은 한·미 연합 차원의 무력시위 대응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는 미사일 시험발사나 전략자산 추가 전개 등이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합참에 따르면 김승겸 합참의장은 북의 미사일 발사 직후 한·미 간 공조회의를 열고 상황을 긴밀히 공유했다. 이어 김 합참의장은 "북한의 어떤 위협과 도발에도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는 "연이은 다른 종류의 미사일을 통해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의 발사 각도, 거리, 속도 등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사일 운용 능력을 확인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도발의 효율성 강화하려는 의도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도 즉각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지나간 것을 강력 비난했다. 일본 외신에 따르면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난 기시다 총리는 "일본을 통과해 태평양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명백한 폭거"라고 따졌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며 일본 열도 통과는 일본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는 올해 27번째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 발사로는 21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