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업계, ‘전통주법’ 완화 조짐에 들썩

농식품부, ‘주종’에 초점 맞춰 ‘분류 체계’ 개정 수입쌀써도 전통주 인정…정체성 퇴색 우려도

2023-10-05     김민주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전통주산업법)’ 완화 조짐에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전통주산업법은 형평성 논란에 업계 및 대중들로부터 뭇매를 맞아왔다. 특히 가수 박재범이 론칭한 ‘원소주’가 전통주로 인정받으며, 법의 허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최대 맹점으로 꼽혀온 것은 ‘분류 체계’다. 현재의 전통주산업법은 ‘기술자’와 ‘지역농산물’이란 기준에 편중돼, 정작 국내 업체가 전통 방식으로 생산한 국산 주류를 차별하는 경우를 야기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연내로 전통주 범위와 정의 등의 문턱을 낮출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완화 수위를 두고, ‘전통주 시장의 활성화’와 ‘전통주 정체성 퇴색’을 둔 다양한 시각이 공존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전통주법개정안의 방향성을 ‘주종’에 두고 있다. 전통주에서 제외되고 있는 막걸리 등을 전통주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현재 막걸리 제품들은 전통주가 아닌 ‘전통주 등’에 속해 관련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전통주로 인정받기 위해선 △국가가 지정한 장인(무형문화재)이 만든 술 △지정된 주류 부문의 식품 명인이 만든 술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만든 술(지역특산주) 등 전통주산업법에 명시된 3가지 조건 중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국내 유통되는 막걸리를 비롯해, 백세주, 일품진로, 화요 등은 대부분의 소비자들로부터 전통 주류로 인식된다. 하지만 국가 지정 장인이 만들지 않았고, 수입쌀을 일부 사용했기에 전통주로 인정받을 수 없다. 국산쌀은 가격 등락폭이 크고, 수입산 대비 원가 경쟁력이 낮아, 제품 가격 안정 및 원재료 수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수입쌀 사용이 불가피하단 게 업계의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선제적으로 지역농산물 관련 조건을 완화키로 가닥을 잡았다. 소비자가 인식하는 전통주 개념은 ‘어느 지역의 어떤 특산물을 활용한 술’이 아닌, ‘막걸리’, ‘탁주’, ‘약주(청주)’, ‘담금주’ 등 주종 그 자체에 있단 점을 고려했다. 또한 개정안 검토 과정에서 국산 농산물만을 사용해야 전통주로 인정해준단 기준은 수입 농산물에 대한 차별을 금하는 세계무역기구의 수칙에 반할 수 있음을 인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주종을 어떤 방법과 기준으로 전통주에 편입시키느냐는 추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세부 조정해갈 것”이라며 “수입쌀 사용 제품을 전통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소비자들의 인식을 반영하고, 내부 검토 과정에서 다양한 이슈를 제거하며 도출된 중간 결과”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전통주 인정 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전통주의 의미와 정체성이 퇴색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그간 전통주산업법에 맞춰 국산재료만을 고집해 온 양조장들의 반발도 작지 않다. 지난 4일 진행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재갑 의원은 “수입산 쌀을 사용하는 막걸리에 대해 전통주 혜택을 부여하면 ‘농업인 소득 증대’라는 법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