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못 믿어" 은행 예ㆍ적금 800조 육박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 하반기 5조 '뚝' 증시 탈출한 개미들 뭉칫돈 은행 곳간으로 금리인상 행보에 은행 쏠림 현상 가속 전망

2023-10-05     이광표 기자
증시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은행 정기 예·적금에 시중자금이 쏠리고 있다. 미국발 긴축 기조에 따라 국내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예·적금 등 은행 수신금리는 크게 올라 뭉칫돈이 이탈한 결과다.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을 따라 기준금리를 더 올릴 거로 보여 조만간 5대 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80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상반기 18조4703억원 수준에서 하반기 들어 이달 4일까지 일평균 13조8032억원으로 약 25% 감소했다. 증시에서 이탈한 자금은 은행으로 이동 중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29일 기준 정기 예금과 정기 적금 잔액을 합한 규모는 797조1181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말 768조5434억원과 비교해 21영업일 만에 28조5747억원 증가했다. 정기 예금 증가가 은행의 수신 자금 폭증을 견인했다고 볼 수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5대 은행의 정기 예금 잔액은 757조7924억원으로, 전월(729조8206억원)과 비교해 27조9718억원 늘었다. 정기 예금 잔액은 지난 7월에 2020년 이후 2년여 만에 700조원을 돌파했는데, 이후 약 2개월 만에 750조원을 넘어섰다. 예금 뿐만 아니라 정기 적금도 증가세다. 29일 기준 정기 적금 잔액은 39조3257억원으로 전월(38조7228억원) 대비 6029억원 늘었다. 지난해말 35조1007억원과 비교하면 9개월 만에 4조2250억원이 증가했다. 증시 투자자금을 위해 대기 중이던 자금이 은행으로 머니무브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 외에도 부동산 시장 등 자산시장 조정이 계속되자 위험자산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다시 은행을 찾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으로 여겨지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1일 기준 50조7793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월(53조633억원)과 비교해 2조2840억원 줄어든 수치로 올해 최저치다. 은행 요구불예금도 예·적금으로 옮겨 가고 있다. 요구불예금은 급여 통장과 같이 잠시 자금을 예치하는 상품으로, 투자 대기성 자금 성격이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29일 기준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68조2436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8687억원 줄었다. 마땅한 투자처가 사실상 사라진 상황에서 은행 예·적금 금리가 꽤 높아진 영향도 있다. 한은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는 2.98%로 나타났다. 2013년 1월(3%) 이후 9년7개월 만에 가장 높다. 개별 상품 금리는 5%에 달하는 것도 있다. 5대 은행의 대표 정기 예금 상품 9개 중 1년 만기 기준 기본금리가 2% 이상인 상품이 8개에 달했다.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금리는 2개 상품을 제외하고 3%대다. 적금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최저 1.95%에서 최고 5.5% 수준이다. 이런 머니무브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미국이 지난달 21일 또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은도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0월, 11월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 예·적금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분 만큼이나 그 이상 오르기 때문에 자금이 은행으로 더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