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아직 '시계제로'…증권가 '바닥론'보다 '데드캣바운스' 우세
美 연준, 물가 안정 굳은 의지 여전…자산가격 상승 제한
"연저점 테스트 반복할 것"..."일시적 반등에 낙관 일러"
2023-10-05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코스피지수가 지난달의 급락을 딛고 10월 들어 이틀째 반등하며 증권가에선 다시 희망적인 시나리오들이 제기되고 있다.
지수가 간만에 반등장을 연출 중인 건 미국 증시의 훈풍이 우리 증시에 건너온 영향이다. 실제 간밤 미국 뉴욕증시는 금리 부담 완화에 힘입어 급반등했다. 영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혼란을 불렀던 대규모 감세 정책을 철회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앞서 폭락했던 파운드화는 반등했고 국채금리는 내린 영향이기도 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스피 지수가 하락 추세에서 일시적으로 오르는 '데드캣 바운스'일뿐이라는 보수적 시각이 주를 이룬다.
5일(한국시간) CNBC, 마켓워치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25.43포인트(2.80%) 오른 3만316.32로 거래를 마쳤다. 3만 선을 회복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12.50포인트(3.06%) 뛴 3790.93로 장을 닫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60.97포인트(3.34%) 상승한 1만1176.41에 장을 마쳤다. S&P 500 지수는 이번 주 거래가 시작된 3일부터 이날까지 이틀 간 5.7% 뛰었다. 2020년 3월 이후 이틀 간 상승으로는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은 국채 금리 하락에 주목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약 3.63%에 거래됐다. 지난주 4%에서 하락한 것이다. 오전에는 장중 3.6%를 밑돌기도 했다.
아울러 미국의 8월 채용공고 건수가 전달 대비 크게 줄면서, 일부 트레이더들은 예상보다 빨리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철회할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국내 증시도 10월 들어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5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84포인트(0.26%) 오른 2215.52에 마감했다. 앞서 전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각각 2.50%, 3.59% 반등하며 회복 기미를 보였다.
시장에선 장밋빛 전망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키움증권은 주식시장이 이미 과도한 조정을 받았다면서 이달 중 코스피가 최대 2350선까지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달에도 거시 경제와 정치, 실적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주식시장은 연저점 테스트 과정을 반복할 것"이라면서도 "(미국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불-베어(Bull-Bear) 지수가 -40을 넘었고 코스피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6배라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2019년 9월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 시스템 리스크만큼 과도한 가격 조정을 받은 상태"라며 "이를 감안 시 이달 국내 주식시장은 상·하단이 제한된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대신증권은 이달 코스피지수가 하락 추세에서 일시적으로 오르는 '데드캣 바운스'를 연출할 것이란 시각을 내놓았다. 고강도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다소 진정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달러화와 채권금리 급등세가 꺾이는 등 투자심리가 진정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주식시장은 기술적 반등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국의 감세안 철회 발표와 미국 중앙은행(Fed) 긴축 강도 완화 기대감 등이 혼재돼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국면이다. 주식시장이 바닥에 근접했다고 보며 당분간 안도랠리를 펼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비관론이 우세하다. 코스피가 하락세를 뒤로 하고 2200선을 회복한 가운데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아직 상승세로 전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자산가격 상승을 잡기 위해 국채금리 하락과 증시 상승을 제한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코스피에 영향을 주는 미국 국채금리 하락이 단시간 내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달러 강세 또한 당분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자산가격을 잡기 위해 미 국채 금리 상승을 유지할 거로 보고 있다. 국채 금리 상승이 유지돼야 주거비가 진정되며 인플레이션이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통제 전까지 금리 인하 기대를 지속적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커 해당 국면에서는 쉽게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