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9조원” 달러예금에 뭉칫돈
환율 급등에 환차익 노린 외화예금 수요↑
2023-10-06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시중은행 달러예금으로 지난 한 달간 9조원의 자금이 몰려든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라 환차익을 노린 외화예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638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8월 말(572억달러)과 비교해 66억달러, 한화로 무려 9조원이 늘어난 규모다. 연초(1월말)와 비교하면 14.7%(82억달러, 11조원)나 증가했다.
달러예금은 원화예금과 비슷하지만, 원화가 아닌 달러로 예금을 넣는 상품이다. 이자수익은 기본이고 환율이 오르는 시기에는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보통 달러예금은 환차익을 누리기 위한 투자자들이 많이 가입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라 잔액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지난 6월 23일 달러값이 1300원을 넘어선 뒤 달러예금 잔액은 6월말 566억 달러에서 7월 말 584억 달러까지 늘었다. 이후 달러값이 계속 1300원대를 유지하자 8월 말 달러예금 잔액은 572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9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440원을 돌파하면서 달러 수요가 재차 늘었다. 여기에 수출입 기업들이 환차익 등을 이유로 수입대금 결제 시기를 늦추면서 달러예금 잔액에 속도가 붙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지속할 전망이다. 강달러 현상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한, 달러값은 조만간 1500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리스크에 더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돼 격차가 벌어지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자본 유출이 일어나고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환율 상승을 부추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3.25%로 우리나라(2.5%)와 0.75%포인트(p) 차이다. 시장 예상대로 미국이 두차례 남은 FOMC에서 기준금리를 총 1.25%p 올리면 연말 미국 기준금리는 연 4.50%로 우리나라와 더 벌어진다. 우리나라 역시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지만 미국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잡기에 벅찬 현실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미국이 현재 1%p 인상을 넘어 1.25%p까지 얘기가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초강달러를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