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시장 경색 대기업도 자금난 호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대기업 절반 좀비기업 될 수도”
2023-10-10 김경렬 기자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난을 호소하는 대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조 대기업 중 절반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만 올라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회사채 발행 규모는 20조5030억원으로 전달(20조5950억원) 대비 920억원(0.4%) 감소했다. 특히 일반 회사채 발행규모(1조3355억원, 14건)는 전달보다 절반 이상(1조9425억원) 줄었다.
회사채 감소세는 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단적인 예시다. 물가 상승, 금리 역전 현상을 고려한 한국은행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돼 기업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3일 시장조사 전문 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상위 1000대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 사정 인식 조사를 실시 결과, 기업들의 기준금리 임계치는 평균 2.6%였다. 기업의 임계치(2.6%)보다 높은 기준금리부터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지급할 수 없는 좀비기업이 된다는 얘기다.
현재 기준금리(2.5%)조차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은 37%다. 기준금리 임계치가 2.0%라고 응답한 기업은 25%, 2.25%인 기업은 12%이기 때문이다. 이어 임계치가 2.5%인 기업은 13%, 2.75%인 기업은 9%, 3.0%인 기업은 27%다.
전경련은 “한은이 베이비스텝(금리 한 번에 0.25%p 인상)을 단행한다면 대기업 50%가량이 취약 기업이 된다”며 “빅스텝(금리 한 번에 0.5%p 인상)을 밟는다면 취약 기업 수는 10곳 중 6곳(59.0%)까지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이어 기업들은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될 때마다 비용이 평균 2%씩 증가한다고 응답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자금사정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한 기업은 57%, 악화됐다는 곳은 28%, 호전됐다는 곳은 15%으로 나타났다. 악화됐다는 곳은 호전됐다는 곳의 두 배 가량이었다. 자금난의 이유는 ‘은행 대출금리 인상’이 3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23%), 환율 상승(17%), 회사채 금리 상승(8%)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