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불예금 이탈’ 장‧단기예금 금리역전

시중은행 단기 유동성 확보 경쟁

2023-10-10     김경렬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경렬·이보라 기자] 요구불예금 이탈이 빨라지면서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은행들의 노력이 장‧단기예금 금리 역전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요구불예금은 고객의 요구가 있을 때 언제든지 지급하는 예금으로 보통예금·별단예금·당좌예금·가계당좌예금·공공예금 등이다. 가입대상, 예치금액, 예치기간, 입출금 등에 제한이 없는 보통예금이 대표적이다. 입출금 등이 자유로운 대신 이자가 낮거나 없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55조1000억원이다. 전달인 8월 말(659조6000억원) 대비 4조5000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예금금리가 오르면서 고객들이 금리가 낮은 요구불예금 등에서 돈을 빼서 예금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은행들은 기간이 짧은 단기 예금으로 이탈한 자금 유치 경쟁을 펼치고 나섰다. 급기야 단기 예금 금리가 장기 상품의 금리를 상회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은행 ‘WON플러스 예금’ 1년 만기 상품 금리는 최고 연 4.5%로 2년‧3년 만기 금리(4.3%)보다 0.2%포인트(p) 높다.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4.5%로 2년 만기 금리(4.2%)보다 0.3%p 상회했다.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4.15%)도 2년‧3년 만기 금리(4%)를 0.15%p 웃돌았다. 장‧단기 금리가 동일한 경우도 있다. 부산은행 ‘더특판 정기예금’은 1년‧3년 금리가 4%로 동일했고, 케이뱅크 ‘코드K정기예금’은 만기 1년‧3년 금리가 3.5%로 같았다. 통상적으로 예금은 만기가 길수록 이율이 높다. 고객이 긴 기간 동안 돈을 묶어두는 위험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고객 자금을 관리하는 게 업무에 수월하다. 다만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에 장기 예금 상품은 은행에게 부담일 수 있다. 기준금리가 갑자기 하락세로 꺾이면 고금리 상품일수록 역마진을 감당하기 어렵다. 단기예금에 대한 선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역전 현상과 미국의 긴축 정책 등으로 국내 기준금리가 향후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 단기 상품일수록 더 높은 금리의 상품으로 갈아타기도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