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투자 ‘5조원’ 물린 생보 ‘빅3’ 긴장
정부, ‘태양광 사업’ 약 2600억원 부정행위 적발
사업자 재정난에 일부 펀드 ‘수백억’ 손실 위기
삼성·한화·교보생명, 태양광發 부실 전이 우려
2023-10-10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회사 ‘빅3’의 태양광 투자 규모가 무려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발전 활성화 사업’에 대해 조사하고 약 2600억원대 부정행위를 적발했다. 관련 펀드·대출에도 부실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친환경 투자를 늘려온 보험사로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1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권 태양광 대출 펀드 현황 집계 결과’(잠정)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보험사들이 태양광에 내준 대출 규모는 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태양광 펀드는 31개 자산운용사가 사모펀드 형태로 총 111개, 6조4000억원 규모로 운용하고 있다.
아직까진 대출에서 부실이 포착된 사례는 없고, 현재 만기가 도래된 태양광 펀드 중 환매가 중단된 펀드도 2개로 설정액은 50억원에 그쳤다. 다만 금감원은 보험사의 태양광 대출의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대출 만기가 장기이고 거치 기간을 두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건전성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태양광 펀드의 경우 만기가 15~25년 내외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이 금융권 태양광 관련 점검에 나선 배경은, 최근 국무조정실이 실시한 조사에서 태양광 대출·펀드와 관련해 부정행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13일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부패예방추진단’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5년간 12조원을 투입해 진행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을 조사한 결과,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12곳(2조1000억원)에서 2267건이 불법 집행됐고, 2616억원이 잘못 사용됐다. 불법 집행된 사업비의 80.5%인 2108억원은 태양광 관련 사업으로 들어갔다.
태양광 부실이 드러나면서 수년간 친환경 투자를 확대해 온 보험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그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확대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려왔다. 주로 펀드를 통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대체투자가 가장 활발한 빅3 보험사의 경우 태양광 투자가 두드러진다. 교보생명은 작년 말 기준 태양광 투자에 2조6500억원을 쏟아부었고,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각각 1조2900억원, 8200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얼마 전 태양광 관련 사모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받은 회사가 재정난을 겪으면서 현장 공사가 중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우려는 점점 더 확산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100% 손자회사인 ‘이지스리얼에셋’은 총 4개의 태양광 사모펀드를 운용 중인데, 지난 6월 태양광발전소 개발사인 ‘레즐러’가 재무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대 500억원대 손실을 볼 위기다. 레즐러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이 끊기고 인허가가 예전처럼 나지 않자 재무 사정이 급속도로 악화했다. 이 펀드에는 NH농협생명 등 일부 보험사도 투자에 참여했다.
금감원은 일단 태양광 대출·펀드의 리스크 및 자산건전성 현황을 더 자세히 살펴보고,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측은 “태양광 대출·펀드의 공사 진행률과 공사 중단여부 등 공사진행 상황, 생산전력 판매계약 방식(장단기), 담보·보험가입 여부 등 주요 현황을 보다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한 감독상의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