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세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오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가 이번에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연이어 밟으면서 한미 금리가 역전된데다 물가를 잡기위해서는 큰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리가 큰 폭으로 인상되면 집값 하락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매수세가 위축된 마당에 대출이자부담이 커지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0.20% 하락해 9년 10개월만에 최대하락폭을 기록했다. 지난 5월이후 19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집값 하락소식은 내집마련을 원하는 무주택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려는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도 집값 불안의 부담없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실패의 최대 원인중 하나가 ‘집값급등’인 것을 감안하면 집값 하락은 호재로 평가될 수 있다. 그래서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집값 하락으로 정부가 ‘8·16대책’에서 약속한 임기내 주택 270가구 공급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주도’로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주택수요가 많은 도심은 민간이 주도하는 재건축이나 도심복합개발사업을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향을 명확히 밝혔다.
규제완화를 통해 수요가 있는 곳에 민간이 주택을 늘리도록 한다는 정책은 시장 친화적 정책으로 평가된다. 자칫 숫자 맞추기식으로 전락할 수 있는 주택공급확대정책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민간주도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도심에선 주택이 모자라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외곽에서는 빈집이 늘어나는 현상도 숫자맞추기식 주택공급정책의 부작용으로 볼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민간주도’를 강조하는 것은 망가진 시장기능을 회복시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문제는 ‘민간주도’ 주택공급이 집값하락기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 기업은 수익성이 있는 곳에 투자하고 사업을 진행한다. 땅주인인 조합들도 집값이 떨어지면 사업추진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미 주택시장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미분양이 증가하고 기업들이 분양일정을 미루는 것도 그런 신호로 볼 수있다. 막대한 부담금을 안고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도 집값 상승 기대감 때문인데 하락기에는 사업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도심 재건축과 역세권 복합개발이 민간주도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에 큰 차질이 발생한다. 주택공급의 다른 한 축인 신도시는 공공주도로 이뤄져왔는데 윤석열 정부들어서는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정부는 신도시도 역세권 고밀개발을 추진할 방침이지만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공급 확대는 당장 집값을 잡기 위한 단기 기대효과보다는 국민들의 주거를 안정시키기 위한 장기 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집값 하락기에도 꾸준히 주택공급을 확대하려면 공공부문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민간주도’ 주택공급 확대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공공부문이 필요한 부문은 반드시 챙겨서 제대로 추진해야 ‘부동산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