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 없는 카뱅, 동결계좌 해제에 ‘사흘’
소비자보호팀 고객에 “경찰서로 전화해 또 다른 피해자와 합의해라”
2023-10-12 김경렬 기자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지난 10월 3일 A씨는 카카오뱅크 계좌 동결 문자를 받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실제로 돈 15만원이 계좌에 입금돼 있었다. A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협박 문자를 받았다. 100만원대 돈을 입금하면 계좌를 풀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비대면 허점이 주목받고 있다. A씨가 겪은 일은 신종 보이스피싱 방법이다. 범죄자는 제3자의 계좌에서 A씨 계좌로 돈을 입금했다. 사건의 전말을 모르는 제3자는 A씨 계좌를 사기계좌로 신고했다. 계좌는 지난 10월 3일 제3자가 신고한 지 4시간 만에 동결됐다.
A씨의 계좌는 사흘이 지난 6일에 풀렸다. 카카오뱅크 소비자보호 조직이 대응했지만 꽤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카카오뱅크 측은 계좌를 이용당한 제3자가 신고를 철회하는 서류, A씨가 15만원을 반환하는 데 동의하는 서류 등 두 가지를 모두 확보해야만 계좌를 풀 수 있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소비자 보호조직은 해결책을 찾는 A씨에게 “담당경찰서로 전화해 피해자와 합의해야한다”며 “합의를 본다고 해도 계좌를 푸는 데 최대 3~4개월이 걸린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사기에 계좌가 노출된 피해자 구제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창구가 없는 카카오뱅크의 허점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르면 피해자는 전자금융거래 제한이 이루어진 날부터 ‘해당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명하는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A씨의 경우에 해당한다. 이 경우 A씨는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 △사기이용계좌 명의인의 신분증 사본이 있으면 계좌를 풀 수 있다. 일반 시중은행에서도 신종 보이스피싱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은행을 직접 방문해 피해를 호소하면 즉각 해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계좌를 푸는데 신중해야만 했다.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제3자가 카카오뱅크 측의 접촉을 사기로 또 한 번 의심해 피해 구제 시간이 지체됐다”며 “잘못 인지했던 부분에 대해서 피해자에게 사과 말씀을 드렸다. 좀 더 신중하게 피해자 구제에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카카오뱅크의 금융 소비자 보호조직은 금융사기대응팀, 소비자보호 담당,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담당 등이 있다. 금융사기대응팀에서는 사기 패턴을 발굴해 모형화시킨 뒤 해킹 등 제3자 거래 형식의 부정 거래를 감시하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과 피해자가 직접 계좌이체하는 형식의 사기 유형을 잡아내는 별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함께 가동하고 있다. FDS 시스템은 이상 금융거래를 모니터링함 이상 거래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거래를 중지하는 등 24시간 동작 탐지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