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반도체·전기차 이어 바이오도 ‘아메리카 퍼스트’

바이든 美 대통령, 국가 바이오 기술·제조 이니셔티브 공개 행정명령으로 국내 바이오 제조 기반 강화 등에 20억달러 투자

2022-10-12     박효길 기자
[매일일보 박효길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전기차에 이어 바이오 산업도 이른바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했다. 1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월 12일 보스턴에 있는 케네디 대통령 기념 도서관에서 열린 ‘문샷 연설’ 60주년 행사에 참석해 미래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ARPA-H 운영을 맡을 총괄 디렉터에 리네 베르그진 박사를 선임했다. ARPA-H는 바이오 의료 기술 개발에 정부 지원을 집중하기 위해 지난 3월 국립보건원(NIH) 안에 신설된 독립 정부기관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ARPA-H 설립을 강력히 주장했으며, 이를 받아 의회는 2022년 예산법을 통해 10억달러(약 1조4323억원) 규모의 운영 예산을 승인했다. 바이든 정부는 ARPA-H를 통해 알츠하이머, 당뇨, 암 등 난치성 질환의 예방·진단·치료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민간과 학계의 연구개발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바이오 경제 토대를 위해 ‘국가 바이오 기술·제조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9월 12일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그는 “미국이 개발한 모든 기술이 미국 안에서 생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바이오 기술뿐만 아니라 제조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통령은 향후 10년 내 약 30조달러(약 4경2970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이니셔티브는 국내 기술 혁신을 촉진함으로써 보건, 농업, 에너지 등을 포함한 바이오 경제 생태계의 성장을 견인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6월 백악관이 공개한 ‘100일 공급망 검토 보고서’에는 미국 의약품 공급망의 문제점 중 하나로 원료의약품(API)의 특정 국가(지역)에 대한 과도한 수입 의존을 꼽았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복제 의약품에 사용되는 API를 생산하는 시설의 약 87%가 미국 밖에 소재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건부 선정 120개 필수 의약품 중에서 60개 약품만이 해당 원료의약품을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50개 필수 의약품에 사용되는 API 수급의 70%를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 △반도체 과학 법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연이은 입법 성공에 힘입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친환경 소재 등의 국내 제조업 기반 확충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미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제약산업의 자립이야말로 현 정부의 중대 과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