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주가 고민에 빠진 대기업 회장들

2022-10-12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삼성전자 임원들이 회사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실의에 빠진 소액주주들을 위해 회사 경영진이 책임감을 보인다. 임원들이 주식을 사들인 시점은 최근이다. 이들의 평단가는 5만원 후반대인 것으로 파악된다. 6만전자 이상 윗단에 위치한 소액주주들에겐 동병상련을 기대할 수 없지만 임원들은 한번 사면 되팔기가 쉽지 않다. 소액주주는 앞으로 오랫동안 경영진과 한 배를 타게 됐다는 점에서 위안감을 얻을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경영진이 계열사 주가를 책임감 있게 방어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대외 홍보에 적극적이다. SK의 대규모 자사주 매각 및 소각 발표도 있었다. 그럼에도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가 방어선은 연일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미국 자산시장이 재채기를 하면 국내 시장은 감기몸살을 앓는다. 이처럼 요즘 기업도 주주도 주가 고민에 빠져 있는데 시장 대책은 부실하다. 주주가치는 기업의 몫이지만 시장의 키는 정부가 쥐고 있다. 그런 면에서 시장이 반길 만한 특단의 조치가 보이지 않는 점이 기업도 주주도 실망케 한다. 미국 선진시장을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서학개미와 동학개미로 양분돼 시장이 경쟁하는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에 비해 국내 시장 경쟁력을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미국에 밀리는 것은 자명하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해외 산업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의 4대 배터리 궈쉬안이 공급망 퇴출 위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미국이 대놓고 중국을 차별하지만 기업은 감수하는 모습이다. 그것은 미국에 산업 수요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수요는 작고 자산시장만 덩그러니 있다. 금리는 계속 오르고 수출이 둔화돼 무역적자가 길어지면서 해외자본유출이 심각하게 걱정되는 마당에 수요시장이 없어 외화를 끌어들일 방법은 많지 않다. 정부가 내놓는 소부장 생태계 강화, 수출 지원, 기업 규제 완화, 투자 활성화 지원 등 산업 체질을 건강하게 만드는 중장기 대책도 좋지만 지금은 급처방이 필요하다. 앞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분화되면서 자국 수요가 풍족한 국가가 큰 소리를 내고 그게 없는 국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약소 국가에선 ASML, ARM 같은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해 국가 경쟁력을 지켜야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걸린다. 결국 자산시장을 살리는 게 급선무다. 해외 투자금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시장 메리트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는커녕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을 적극 사들이면서 논란만 사고 있다. 연금 수익도 중요하지만 해외 투자에 실패하면 곧바로 자본유출이 된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사준 국내 기업은 해외 공신력을 얻지만, 연금은 그 반대 역할을 하고 있다. 연금이 국내 기업을 믿지 못하는데 해외 투자자를 설득하기도 어렵다. 대통령 공약 중엔 주식 양도세 폐지도 있었다. 당시 공약 발표에 일었던 파급력을 생각하면 지금 모른 체하다시피 하는 것에 속상할 주주가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