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4.5%까지 오른다는데…침체 우려에도 긴축 지속 불가피

이창용 "최종금리 3.5% 전망...다수 금통위원 견해" "물가 5%대면 인상 지속"...전문가 "美 연준에 달려"

2023-10-12     이광표 기자
이창용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2일 기준금리를 0.50%p 인상했다. 사상 처음으로 5회 연속 인상이고, 지난 7월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 '빅스텝'이다.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대가 됐다.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년까지 계속될 거로 보인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은은 연준과 독립해서 금리를 결정할 수 없다"며 "미국 정책금리가 정말 올해 4.5%, 내년 4.6%까지 오르면 한국도 한두 번 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 유가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당장 해소되기 어렵고, 미국이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0.75%포인트 인상) 등으로 한국과 정책금리 격차를 벌리면 한은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최종 기준금리를 3.5%로 본 시장 기대치에 대해 다수 금통위원이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며 금리인상 기조 유지를 시사했다. 이 총재는 또 "물가 상승률이 5%대라면 원인이 수요 측이든, 공급 측이든, 경기를 희생하든지 간에 금리 인상 기조를 가져가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 물가 전망에 따르면 내년 1분기까지 5%를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다음달 금통위에서도 사실상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방침임을 시사했지만 인상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11월 인상 폭은 이견이 많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서 지금 당장이 아니라 (향후) 결정해 나가겠다"고 했다. 오는 13일 있을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다음 달 초 있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결정 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경제·금융 전문가들도 긴축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말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3.25∼3.50% 수준이 될 거란 관측과 함께 내년에도 상반기까지는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거라는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무엇보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고, 물가상승률이 5%대 중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없는 이유다.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정책금리 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한은엔 부담이다. 미국 기준금리는 3.00∼3.25%로, 여전히 한국 기준금리(3.00%)보다 0.25%포인트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정책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수준을 4.4%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앞으로 남은 두 번(11월·12월)의 FOMC에서도 '자이언트 스텝'과 '빅스텝'을 각각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 입장에서는 11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위험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한은의 11월 기준금리 인상 폭을 두고는 '빅스텝'과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갈리는 분위기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11월까지 연준이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고, 국내 물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한은도 속도를 조절하지 않고 11월 다시 0.50%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상승률이 어쨌거나 정점을 지났고, 11월께면 국내외에서 경기와 수출 둔화 우려가 커질 수 있어 연속으로 0.50%포인트를 올리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며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내년 초 3.50∼3.7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이 내년까지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한국도 인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조 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 인상을 모색할 것"이라며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정점은 3%대 중후반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이 내년에는 경기 둔화 우려, 가계부채 문제 등을 고려해 금리 인상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 초 한 번 더 올리거나, 동결할 것으로 본다"며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 미국과 금리를 맞춘다고 무리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