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영끌족에게 쏟아지는 조롱의 화살들
2023-10-13 김간언 기자
[매일일보 김간언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영끌족'들의 대출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금리인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금리인상으로 주택 가격은 강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에도 버티던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는 금리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집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집값 하락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블라인드 등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집값 상승기에 대출을 끌어다가 집을 샀던 ‘영끌족’에 대한 수위 높은 조롱글이 올라오고 있다.
글들을 읽다 보면 현재 실질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영끌족이 왜 이렇게까지 조롱을 당해야 하는지에 의문이 들게 된다. 영끌족이라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글이지만 특정 대상에게 국한되는 사정이 생길 수도 있기에 때에 따라서는 큰 상처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도 있다.
커뮤니티의 조롱들을 조금 순화해서 표현하자면 “이번 생은 틀렸으니 다음을 기약하라”, “매수 가격 회복은 불가능하니 죽을 때까지 고통을 겪어라”, “불나방처럼 뛰어들더니 아주 속이 시원하다”는 식이다.
이 조롱글의 작성자들은 내용이 지나치게 악의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그간 영끌족이 무주택자들을 조롱한 대가라고 말한다. 부동산 급등기에 투자하지 않는 자신들을 패배자처럼 조리돌림한 것에 대한 복수라는 것이다.
한 작성자는 우리나라 경제가 붕괴돼도 좋으니 집값이 폭락해서 영끌족이 다 망하길 바란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과 주식, 코인 등의 상승으로 인해 빚어진 사회적 갈등이 최근에는 부동산과 주식 시장 등의 붕괴로 인해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공격당했다고 말하는 피해자 측이 파상공세를 펼치는 가해자 측이 된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인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자부담에 고통을 호소하는 영끌족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매달 100만원 내던 이자가 200만원이 된다면 이를 장기간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지금과 같은 추세이면 영끌족의 이자부담과 파산 등이 사회적 문제로 커져 나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에서 영끌족만 이자를 낮춰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며 그렇다고 지금 같은 시기에 거래를 활성화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탈출구가 없다 보니 굳이 비난과 조롱을 하지 않아도 영끌족은 당면한 문제만으로도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견디기 힘든 정신적 압박감을 호소하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부담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데 집값마저 하락하니 그야말로 '멘붕'상태에 빠졌다. 특히 지난해말 뒤늦게 집을 사며 막차를 탔던 영끌족들은 최근 집값 하락세에 대처도 못하고 망연자실 하고 있다. 내년초까지 금리인상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영끌족들의 고통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영끌족을 향한 조롱글 작성자들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해 그만 멈춰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