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히잡이 의무가 아닌 패션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2022-10-13     매일일보 기자
원동인
히잡은 머리와 목·가슴을 가리는 두건의 일종이다. 아랍어로 ‘가리다’는 뜻이다. 북아프리카 지역과 말레이시아 등에서 많이 쓴다. 얼굴만 빼고 온몸을 가리는 것은 차도르라고 한다. ‘덮는다’는 의미의 이 옷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주로 입는다. 눈만 빼꼼히 내놓고 전신을 가리는 니캅은 파키스탄에 많다. 이보다 더한 것이 부르카다. 눈 부위까지 망사로 가린다. 이슬람이 여성의 노출을 이렇게까지 막는 근거는 경전 ‘코란’의 한 구절이다. ‘그녀들의 시선을 낮추고 순결을 지키며, 밖으로 드러내는 것 외에는 유혹하는 어떤 것도 보여서는 아니 되느니라.’ 코란은 남성의 금욕과 정조도 언급하지만, 현실에선 여성에게만 적용된다. 2022년, 이란에서 20대 여성이 ‘히잡’(머리를 가리는 스카프)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구금됐다 의문사한 뒤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래 남녀노소, 쿠르드 민족, 버저르 시장 상인들과 대도시의 상류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민족과 계층을 아우르는 가장 큰 시위라 할 수 있다. 이란에서 여성들에 대한 이슬람식 복장과 히잡에 대한 단속은 일상적이다. 매번 거리를 나갈 때마다 여성들은 자신의 옷매무새를 점검하고, 도덕 경찰에 적발되어 훈계를 듣는 것은 성인 여성들이 한 번쯤은 겪은 일이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이 발생하기 전에는 진정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였다고 한다. 1979년 이슬람 혁명이 들어오고 30년 세월이 지나고 2009년은 사회 개혁을 위한 '녹색운동'으로 이어졌고 2022년은 현재는 '반히잡 시위'라는 사회적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2009년 녹색운동은 젊은이들이 초록색 숄을 머리에 두르고 초록색 히잡을 쓰고 초록색 겉옷을 입고 초록색 머리띠를 두르고 이슬람 극우 정부에 대한 반정부시위를 오히려 이슬람을 상징하는 초록색 숄·히잡·겉옷·머리띠를 사용하면서 이슬람 기존의 이미지를 극복하고 사회 변화와 기득권 저항의 색으로 '녹색운동'이 전개되었다. 그 후 세계는 더욱 글로벌화되고, IT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망은 더욱 확충되며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인터넷 문화가 매우 친숙한 세상을 살아온 이란 젊은이들에게는 이란 사회의 변화에 대한 갈증 그리고 국가통제를 통한 압박 등이 소위 '반히잡 시위'로 폭발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슬람 57개국 가운데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두 나라만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의무화하고 있다. 이번 ‘반히잡 시위’를 계기로 이란에서 히잡이 ‘의무’가 아닌 ‘패션’의 영역으로 여겨,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사회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