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더 뛴다” 기업대출 고정금리 쏠림
고정금리 비중 5개월 만에 처음 30% 넘어
2023-10-13 김경렬 기자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고정금리를 택하는 기업대출 차주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고정금리 비중은 5개월 만에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빅스텝을 결정하면서 일각에서는 고정대출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한은은 빅스텝(금리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기준금리는 연 2.5%에서 3.0%로 올라섰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전방위 시장금리가 천장 없이 오를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기업 대출도 고정금리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업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신규취급액 기준)은 32.5%를 기록했다. 전월(27%) 대비 5.5%p, 작년 동기(28.6%)와 비교하면 3.9%p 오른 수준이다.
기업대출 고정금리 비중이 30%를 넘어선 것은 5개월 만이다. 해당 비중은 지난 4월(28.4%)부터 5월(28.7%), 6월(27.3%), 7월(27%)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8월 들어 30%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고정금리 기업대출의 대부분은 운전자금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대출은 통상 운전자금 대출과 시설자금 대출로 나눠진다. 운전자금의 경우 만기가 1~5년으로 짧다. 시설자금은 최장 만기 10년으로 상대적으로 길다. 당분간 금리 인상될 것을 예상한 기업들이 기간이 짧은 운전자금을 고정금리 대출 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추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기업대출은 가계대출에 비해 대출 규모가 크다. 변동금리를 택한다면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전망이 강화되면서 차후 금리가 좀 더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그렇다 보니 가계와 마찬가지로 기업 대출에서도 상대적으로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래도 대기업보다 이자 부담 증가에 민감한 중소기업 쪽에서 고정금리 수요가 더 큰 것 같다”며 “다만 고정금리 대출 비중 증가가 일시적인지, 기조적인 변화인지는 추세를 조금 더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