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국가의 커다란 두 축이 위기를 맞았다. 퍼펙트 스톰 등 경제위기에 더해 역대급으로 치닫는 심각한 안보 위기가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강 대 강'으로 맞선다는 기조를 명확히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도어스테핑에서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여지를 둔 후 이를 전망하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음에도 13일인 이날, 재차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어떤 식으로든 안보 위기를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쏟아진다.
이 와중에 여야는 다양한 내부 현안을 두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예고됐던 윤 대통령 외교 참사, 경제정책방향, 김건희·이재명 사법 리스크 논란부터 국감 중 대두된 감사원 논란, 증인 소환 문제까지. 최근에는 지겹기 짝이 없는 친일 논란까지 등장했다. 하나의 사건이나 발언을 두고 수십 개의 논란이 연쇄적으로 터지기 때문에 여야가 정면으로 마주하는 국감장은 조용할 날이 없다.
최근 정부 조직개편안에서 발표된 ‘여가부 폐지’는 분열의 씨앗을 민생에까지 옮겼다. 전국 115개 여성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끝장 투쟁에 나서겠다"라고 경고했고, 일부 여성단체는 이를 반대하는 집회를 예고했다. 기자로서도 이해가 안 가는 지점이 많다. 국민적 갈등이 첨예한 사안을 꼭 지금 같은 때에 진행해야 하는지가 의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며 언급한 ‘우선순위’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 안보 위기가 심각한 현 상황에 꼭 여가부 폐지를 단행해 갈등을 일으켜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외부의 위기가 닥칠 때 내부는 단합한다. 동물들은 어떠한 학습 없이도 생존 위기를 앞두고 이같은 행동을 취한다. 우려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들리는데 정치권은 국정감사를 고리로 정쟁만 심화하고 있고 정부는 때에 맞지 않는 조직개편을 단행해 국민적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한 기자 선배의 말이 떠오른다. 선배는 "국회의원들은 개개인으로 만나면 정말 똑똑하다"고 말했다. '똑똑한 국회의원들'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국회 뿐 아니라 국민도 눈앞에 닥친 나라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단합해야 한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우리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의 비핵화(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 회의(NSC) 전략 소통조정관)"라며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자국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닥친 위기 상황에서 가장 최선인 선택이 무엇인지 모두가 함께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