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갚는데 기업은 빚낸다

금리상승에 겁먹은 가계...9월 대출 1.2조 '뚝' 돈줄 막힌 기업…한달 새 9.4兆 증가 ‘역대최대’ 회사채 시장 '찬바람'...기업 자금조달 악화일로

2023-10-13     이광표 기자
9월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대출금리 상승, 당국의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은행권 가계대출이 1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9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 속보치 작성 이후 처음 감소했다. 반면 은행들이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면서 기업대출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부실대출 뇌관이 '가계'에서 '기업'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지난달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은 1조2000억원 줄면서 한 달 만에 감소 전환했다. 주택거래 부진에 대출금리상승이 맞물리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영향이 컸다. 반면 기업대출은 9조원 이상 늘면서 9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 여파로 기업의 대표적인 ‘돈줄’인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기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2년 9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59조5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2000억원 줄었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9월에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출금리가 뛰고 주택거래 부진이 지속되면서 은행 가계대출의 약 75%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 규모가 축소된 영향이 컸다. 지난달 주담대 잔액은 793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9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9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증가폭이 두 번째로 작았다. 주택거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집단 및 전세자금 대출 취급이 감소한 데 따른 결과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 기타대출은 2조1000억원 줄어든 26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감소폭은 9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컸다. 대출금리 상승과 정부의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등 대출규제의 영향으로 신용대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전날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앞으로 가계대출 증가폭 둔화 흐름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가 3%대로 올라서면서 대출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대출은 9조4000억원 늘어난 115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9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고금리를 무릅쓰고 은행 대출 창구로 몰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 기업대출은 분기말 일시상환 등 계절적 감소 요인에도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했다. 대기업 대출은 전월 대비 4조7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9월 기준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경기 침체 우려 등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회사채 발행이 부진한 탓에 은행 대출을 활용하는 대기업이 늘어난 데 기인한다. 실제 회사채 순발행액은 지난달 6000억원 순상환 전환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코로나19 금융지원과 운전자금 수요 등에 힘입어 4조7000억원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