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재배치 가능한가…전문가들 "가능성 낮다"
김동엽 교수 "전술핵 재배치 현실화 되기 어려워"
강동완 교수 "北핵 억제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
양무진 교수 "北에 비핵화 요구할 명분 사라져"
2023-10-13 김연지 기자
[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최근 여권에서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국내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이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3일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술핵 재배치가) 전혀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근본적인 미국의 국가 방침이 있는데 그걸 뒤집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미국의 전략자산이라는 자체가 우리가 좀 갖다 달라고 해서 그냥 갖다주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세계를 경영하는 전략적 차원에서 배치하고 옮기고 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10년, 20년이 되는 긴 정부라면 모르겠지만 4년이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단기 정부에서 미국이 그렇게 한 정부를 위해 쉽게 (들어오겠나) 그러면 다음 정부에 가서 나가라면 나가겠냐"고 반문했다.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실질적인 득실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전술핵이라는 것 자체가 미·중이라는 전략적 갈등 구조 속에서 배치를 잘못하면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훨씬 많다"면서 "모든 계산법을 따져봤을 때 전술핵 재배치가 현실화 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는 "지금 정부의 기류는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바꾸는 기류로 흘러가서 (전술핵 재배치) 추진의 가능성들을 얘기하고 있지만 북·중·러, 한·미·일 삼각 구도, 이런 대결 구도가 굉장히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술핵 배치를 했을 때 중국이나 러시아의 반발도 있을 수 있고, 그리고 지금 국내 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지난 정권에서는 평화 담론을 굉장히 강조했는데 지금 정권에서 전술핵을 배치한다고 하면 프레임 자체가 전쟁과 평화라는 프레임으로 나눠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정치적인 부담을 안고 (전술핵 배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나올 것 같고, 현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 위험성의 문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북한이 핵을 완성했다고 해서 우리가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은 강 대 강의 구도인데 과연 전술핵 배치가 북한의 핵 억제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있다.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술핵 재배치는) 1992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이후 한국과 국제사회가 견지해 온 한반도비핵화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라면서 "북한에게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이 사라지고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이행할 동력이 상실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 교수는 "전술핵 재배치가 우리 안보를 증진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남북 간 핵군비경쟁 가속화로 평화프로세스는 좌초되고 북한은 핵무력 고도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를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의 최전선으로 이끌고 동아시아의 핵도미노 현상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양 교수는 전술핵이 배치되더라도 핵관리와 핵버튼은 미국이 독점하고, 한국의 권한은 전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핵을 핵으로만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일종의 맹신"이라면서 "지구의 모든 국가가 핵을 보유한다면 인류의 평화는 요원하고 지구의 종말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북한의 거듭되는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가 미국 대북 정책 목표라는 것을 재차 확인하면서 외교적 해법을 추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