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38만 고위험 가구 대출금 시한폭탄, 터지기 전 ‘빅스텝’ 충격 최소화를

2023-10-1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매일일보] 기준금리 3% 시대가 현실로 들이닥쳤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지난 7월에 이어 석 달 만에 역대 두 번째 ‘빅스텝(Big step │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지난 8월 25일 인상한 기준금리 2.5%를 3%로 0.5% 포인트 인상함으로써 2011년 3월∼2012년 10월 이후 무려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를 열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4월, 5월, 7월, 8월에 이어 10월까지 5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건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고(高)금리의 최악 상황에서도 ‘빅스텝(Big step)’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근거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 물가 오름세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5%대의 물가 상황에서는 고통스럽더라도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를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란 입장을 지속해 밝혀온 터다. 국내 9월 소비자물가지수(108.93)는 작년 같은 달보다 5.6% 오르며 지난 8월 5.7%에 이어 두 달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5%대 중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상승률이 6%대로 올라선 지난 6월의 6.0%와 7월의 6.3%에 비하면 낮아졌다지만 여전히 고공비행 중이다. 이러한 고(高)물가의 고착화(固着化)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건 한국은행의 당연한 입장이다. 또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가 지난 9월 21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큰 폭으로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의 거인 행보를 올해 들어서 6월에 이어 8월, 9월까지 세 번씩이나 걸음으로써 미국 기준금리를 3.00% ∼ 3.25%로 무려 14년 8개월 만에 최고치로 끌어올려 한·미 간 금리차가 급격하게 벌어졌다. 현재 연준(Fed) 금리 상단은 3.25%로 한국 기준금리(인상 전 2.5%)와의 차이가 0.75%포인트나 벌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원화 약세다. 올해 초 1,100원 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해 지난 6월엔 1,300원을 넘어섰고, 지난달인 9월엔 1,400원 대로 올라서더니, 10월 12일 달러당 원화값은 매매기준율 1,433.00원이었다. 원화값은 다른 통화 가치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9일 자 블룸버그통신(Bloomberg L.P.)에 따르면 미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 10월 7일까지 최근 3개월 동안 8.0%가량 급락했다. 통화 가치가 원화보다 더 떨어진 나라는 물가 상승률이 80%나 되는 아르헨티나 페소화와 뉴질랜드 달러뿐으로 세계 주요 통화 31개 가운데 세 번째로 하락 폭이 크다.  이렇듯 한·미 간 금리차가 더 벌어져 미국의 금리가 더 높으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는 그만큼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도 손 놓고 방관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이 ‘빅스텝(Big step)’을 밟으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좁혀 ‘달러 매수·원화 매도’ 쏠림 현상의 큰 흐름을 반전(反轉)시켜 국내 자본 유출을 억제해 원화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번에 0.25%포인트로 축소된 한·미 금리 역전 폭이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기를 애써 기대하고 있다.  더구나 세계적인 인플레이션(Inflation │ 물가 상승)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가 커지면서 벼랑 끝을 치닫는 세계 경제의 복합적·총체적 위기 속에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는 열병을 잡기 위해 고강도 해열제 처방을 택하게 됐다. 덩달아 앞서거니 뒷 서거니 하며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강력한 치료제를 주사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결단코 만병통치약이 아닌 양날의 검이 분명하다. 수입품 가격을 하락시켜 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지만 경제 활동을 위축시켜 경기침체(Recession)라는 부작용을 불러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토록 경기침체를 감수하는 큰 부담을 안고서까지 경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이유는 경제 성장보다 발등에 떨어진 인플레이션(Inflation)부터 잡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도 이번 ‘빅스텝(Big step)’으로 1,9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질 전망이다. 가계대출 금리는 ‘대출 기준금리 + 가산금리’로 결정된다. 대출 기준금리는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근거로 코픽스(COFIX), 금융채·CD 금리 등을 적용한다. 이런 구조의 가장 기본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다. 대출자와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회복세를 꺾을 소지도 당연히 크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하면 전체 대출 이자가 6조5,000억 원 증가하고, 이 중 취약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000억 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을 고려하면, 취약층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빅스텝(Big step)’으로 가계와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은 12조2,000억 원 더 늘고,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 연준(Fed)의 고강도 긴축 행보 등을 이유로 11월에도 한국은행의 ‘빅스텝(Big step)’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어 더욱 걱정이 크다.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면서도, 집을 비롯한 모든 재산을 처분해도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가구가 38만1,00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이런 처지의 가구를 ‘금융부채 고위험’으로 분류하는데, 전체 금융부채를 진 가구 가운데 3.2%나 된다. 이들 고위험 가구의 부채는 69조4,000억 원에 달한다. 또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소득 하위 30%나 신용점수 664점 이하의 저신용 대출자를 의미하는 ‘취약 대출자’는 6.3%로 대출총액은 183조 원에 달한다. 이번 ‘빅스텝(Big step)’으로 이들 취약계층의 대출 상환 능력이 빠르게 소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숨통마저 옥죄어오고 있다. 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을 고려하면, 취약 대출 가구가 금융 불안을 촉발할 시한폭탄이 되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서 취약층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진다. 자영업자 대출도 2018년 624조3,000억 원에서 2019년 684조9,000억 원, 2020년 803조5,000억 원, 2021년 909조2,000억 원으로 늘어났고, 2022년은 6월 기준 994조2,000억 원을 기록한 것도 또 다른 시한폭탄의 뇌관이다. 이렇게 5년 새 369조9,000억 원이나 늘어난 대출은 대부분 금리가 높은 비은행 위주여서 더욱 위험하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는 취약 대출자와 상당 부분 겹치는데, 영세 자영업자 비중이 절대적인 숙박음식업의 경우 올 상반기 대출잔액이 26.3%나 증가했다. 이렇듯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나 한계기업(3년 연속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어려운 기업)이 늘어나 금융권 전체 건전성 위험으로 번질 수 있어 메가톤급(Megaton級) 위기가 닥쳐올 우려가 크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한 당국과 금융기관의 대응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기준금리가 올라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세자금대출의 금리가 덩딜아 당연히 오를 것으로 예측되어 이자 부담이 더 커질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전세자금대출의 대부분이 변동금리기 때문이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해 주는 안심전환대출이 대표적인데 초기 신청자가 적어 자격을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예산에서 겨우 9% 정도만 신청했다. 신청 기준이 까다롭고, 금리는 기대보다 높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적극 선제 지원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사회적 비용은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취약 차주와 더불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 등 금융 취약층의 과도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2030 청년층’에 대한 지원책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만 한다. 서민 경제가 무너지면 국가 경제의 기본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각별 유념하고 고(高)물가의 어려움 속에서 고(高)금리 부담이 서민과 취약계층에 고스란히 전가되지 않도록 정부는 특단의 다층적·다각적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정책자금 확대 등 금융지원 대책도 함께 강구해야만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