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척추 뼈 미끄러지는 ‘척추전방전위증’, 척추관 협착증 생길 수 있다

2022-10-16     전형준 광명21세기병원 신경외과 원장
전형준
요통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척추질환 중 중년에서 발생률이 높은 척추관 협착증은 허리디스크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질환이 됐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퇴행성 변화는 척추와 그 주변 조직(구조)에도 다양한 영향을 주는데 이때 신경이 지나가는 길이 좁아지면서 압박되는 신경의 영향으로 요통 및 방사통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  척추관 협착증이다. 이러한 척추관 협착증의 주된 원인이 퇴행성 변화인 것은 분명하나 이 질환을 더 악화시키거나 유발시키는 원인 질환이 있다.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척추전방전위증’이 바로 그 주인공으로 3대 척추질환에 이름을 올릴 만큼 꾸준히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질환이다. 척추는 뼈 위에 다른 뼈가 쌓여있는 형태로 측면에서 봤을 때 S자 모양의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바른 정렬을 이루고 있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이름처럼 위쪽의 척추 뼈가 아래쪽 척추 뼈보다 앞쪽으로 위치가 이동된 상태를 말하는데 허리의 아래쪽 부위에서 많이 발생하며,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운동량이 많은 20-30대 젊은층에서도 충분히 발생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넓은 연령층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선천적인 원인을 제외하면 외상, 악성종양, 척추 수술 후 후유증 등으로 발생될 수 있으며, 가장 흔한 형태는 척추 뼈와 뼈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부위(협부)가 깨지거나 조각나는 등의 결손이 생겨 발생하는 ‘협부형 척추전방전위증’이다. 이러한 결손이 생기는 이유는 반복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 골절로 역기, 체조 등의 운동을 오래 한 사람에게서 흔히 발생될 수 있다. 이렇게 연결고리가 끊어진 상태, 즉 ‘척추분리증’이 발생한 경우에 척추는 움직임에 안정적인 대응이 어려워지면서 흔들림이 많아지고 끊어진 척추 뼈 부위에 변형을 가져와 척추전방전위증으로 발전될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척추분리증과 상관없이 척추전방전위증이 발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퇴행성 변화이다. 척추를 지탱해주는 인대와 근육이 힘을 잃게 되면 척추분리증처럼 연결 부위에 문제가 생기지 않더라도 쉽게 척추 뼈가 미끄러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척추 뼈가 바른 정렬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어긋난 곳의 척추관(신경이 지나가는 길)이 점점 좁아지고 후관절이 두꺼워지면서 척추관 협착증이 발생되거나 이미 척추관 협착증이 발병된 경우라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관 협착증과 증상이 아주 비슷하다. 초기에는 허리통증과 다리가 저리거나 당기는 느낌의 하지 방사통을 호소하며, 병이 진행될수록 간헐적 파행이 나타난다. 척추관 협착증의 대표적인 증상이기도 한 간헐적 파행은 보행 시 한 번에 목표거리까지 걷지 못하고 중간에 쉬었다가 다시 걸어가게 되는 증상을 말한다. 척추관 협착증의 원인이 척추전방전위증에 의한 것이라면 치료법 또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검사가 치료방향을 결정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충분한 안정과 함께 약물치료, 물리치료와 같은 보존적 치료로도 통증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허리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중요한데 척추분리증으로 척추가 불안정하거나 퇴행성 변화가 시작되었더라도 척추를 받쳐주는 근육의 힘이 강하다면 척추 뼈가 더 이상 미끄러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보존적 치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라면 수술적 치료가 고려된다. 척추 뼈가 더 이상 전위되지 않도록 막고 신경학적 증상을 완화하는데 목적이 있으며, 불안정한 척추를 고정시켜주는 유합술이 시행된다. 최근에는 절개를 최소화하고 근육 및 정상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최소침습 유합술이 개발되어 수술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비교적 빠른 회복이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