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도 금리도 '리먼사태 데자뷔'

14년만에 대출금리 8%·예금금리 5% 돌파 눈앞 무역적자 327억달러 돌파...금융위기 이후 최악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경제지표 곳곳 '빨간불'

2023-10-16     이광표 기자
금리와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각종 경제지표들이 14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가계와 기업들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 악몽을 떠올리며 숨 죽이고 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물가와 금리는 치솟고, 고환율 지속에 무역수지는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눈앞에 두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빅스텝'(한번에 0.50%p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대출금리 8%, 예금금리 5% 시대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금리 인상은 고소득자나 부유층에는 현금 자산을 불릴 기회가 되지만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와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은 상환 부담에 부실 절벽에 내몰리는 양극화로 이어진다. 은행권에 따르면, 14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정형(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적용)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89~7.082%로 상단금리가 7%를 넘는다. 변동형 주담대는 상단금리가 6.793%로 7%를 넘나들고 있다. 신용대출(1등급·1년)과 전세대출도 상단금리가 각각 6.94%, 6.545%에 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로 준거금리인 금융채 장단기 금리가 등락하면서 대출금리도 오르내리고 있으나 우상향 추세가 가속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이미 4% 후반대로 진입한 은행 예금금리도 5% 시대가 눈앞이다. 은행 예금금리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연 3%대 초반이었으나 최근 최고 연 4.65%까지 뛰었다. 5대 시중은행 정기 예적금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799조8141억원으로 불어나 곧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690조366억원)과 견줘 올 들어 110조 가까이 뭉칫돈이 몰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최고 8%까지 오르고 정기예금 금리가 5%를 넘어선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이 마지막이었다"며 "예금금리 인상도 빚이 적고 현금 자산이 많은 고소득자만 혜택을 볼 뿐, 대출금리 인상이라는 반대급부로 이어져 취약계층과의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기업들의 무역조건도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반도체 수출과 대(對)중 수출 감소세 지속으로 올해 누적 무역적자가 327억 달러를 넘어섰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0월 1~10일 수출입실적(통관기준 잠정치)에 따르면 이 기간 수출액은 117억9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2%가 급감했다. 이 기간 조업일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5.5일보다 0.5일 적은 5일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일평균 수출액 기준 12.2%가 감소한 수치다. 효자 품목으로 불리던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20.6%나 감소한 충격이 컸다.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달 전체가 무역적자를 기록할 경우 10월 기준으로는 2020년 이후 2년 만의 적자 전환이다. 월간 무역적자도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 이어지게 된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의 누적 무역적자는 327억1400만 달러를 기록, 1956년 무역수지 집계 이래 최초로 연중 적자 규모가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1996년의 206억 2400만 달러를 압도하며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32억 6700만 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의 연간 적자도 사실상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