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록히트마틴 꿈꾸는 한화… 2차전지소재 밸류체인 완성한 롯데
2008년 실패 뒤 재도전 끝에 성공한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육·해·공 ‘글로벌 톱3’ 종합방산기업 도약 발판 마련 기대감
일진머티리얼즈 품은 롯데케미칼, 친환경 포트폴리오 강화
김교현 롯데 부회장 “전지소재사업 사업 역량 강화할 것”
2023-10-16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한화와 롯데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여정이 순항 중이다. 한화는 육·해·공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으로 거듭나면서 한국의 록히트마틴에 다가가고 있다. 롯데는 2차전지소재 밸류체인을 완성하면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될 경우 방산 분야의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화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다 무산된 바 있다. 당시 한화는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 9639만주를 6조3002억원에 사들이기로 하고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우선 지급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한화가 계약 이행을 미루다 결국 2009년 인수가 최종 결렬됐다.
하지만 한화는 포기하지 않았다. 종합방산기업 도약을 위해선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군함·잠수함) 부문이 한화에겐 매력적인 카드였기 때문이다. 한국산 잠수함과 군함은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과 더불어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구축함, 호위함, 잠수함 등 특수선에는 한화와 LIG넥스원 등 방산 기업의 레이더 기술과 유도무기 시스템을 적용되고 있다는 점도 한화에겐 매력적이다. 한화시스템이 보유한 함정전투체계, 해양무인체계, 통합기관제어체계 등에 대한 기술과 대우조선해양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면서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한화가 발표한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3’ 기업 비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는 지난 7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디펜스, ㈜한화 방산부문을 합병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 한화디펜스를 흡수하고, ㈜한화에서 물적분할 한 방산부문도 합병하는 방식이다.
롯데 또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가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더할 것이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국내 메이저 동박 생산 기업이다. 한국과 말레이시아에 생산기지를 운영하며 약 6만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말레이시아, 스페인 및 미국 거점에 2027년까지 23만톤의 공장 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는 그린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한층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금년 상반기 3885억원 매출과 4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국내·외 유수의 배터리 회사와의 장기 공급 계약 등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예상되는 만큼 자체자금을 바탕으로 해외 생산기지 건설 등의 추가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진머티리얼즈는 범용 동박 제품부터 실리콘 음극재의 부피 팽창을 견디는 고강도, 고연신의 고부가 제품군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해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래 성장성이 기대되는 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동박사업을 강화해 2차전지소재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됐다는 평가다. 롯데그룹 화학 계열사는 다양한 전지소재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과 함께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배터리 4대 소재에 직간접적으로 투자·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분리막 생산 및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공장을 건설 중이다. 롯데알미늄과 롯데정밀화학은 각각 양극박, 동박(솔루스첨단소재 지분투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당초 롯데케미칼은 △범용 석화사업의 경우 지역다변화와 제품경쟁력 확대 등을 통해 2021년 기준 친환경 사업 매출액 11조원을 20조원으로 확대할 방침이었다.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은 기존 스페셜티 제품군 확대와 범용사업 제품의 고부가화, 바이오 소부장·친환경소재 등 신규 사업군 진출을 통해 7조원에서 18조원 규모로 늘리며 △그린사업은 수소에너지 5조원, 전지소재 5조원, 리사이클·바이오플라스틱 2조원 등 매출 총 12조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에는 고부가 스페셜티·그린 사업의 비중을 전체 매출의 60%로 늘려 지속성장이 가능한 사업구조로 재편한다는 청사진이다.
이러한 롯데케미칼의 친환경 에너지 기업 전환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전지소재사업 목표를 상향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번 인수로 목표 조기 달성 및 매출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지난 7월 미국 최초로 약 3만6000톤 규모의 양극박 생산 기지 건설을 발표했으며, 금번 동박 생산 기업 인수로 유럽 및 미국 등 주요 시장 선점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 소재 선도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게획이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은 “일진머티리얼즈는 세계 최초로 초고강도 동박의 개발에 성공할 만큼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며 “롯데그룹 화학군은 적기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지소재사업의 사업 역량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계열사간 유기적인 협업으로 회사와 고객, 주주의 가치 향상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