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용기·SRBM 도발…"강도높은 무력시위 '대내외 복합요인'"

전문가들 "한미 군사 연습 맞대응·내부적 리더십 강화 차원" "ICBM 발사·7차 핵실험 정당화 위한 명분 축적 차원"

2023-10-16     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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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최근 북한은 무력시위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무력시위가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대한 반발성 대응도 있지만 대내외적으로 북한의 건재함을 확인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16일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북한이 무력시위 수위를 높이는 것과 관련해 "한미 군사 연습이 계속되는 것에 따른 맞대응의 의미가 있다"면서도 "별개로 전쟁 억제, 리더십 강화 등 내부적인 이유도 종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 원장은 "인민들에게 '충분한 전쟁 억제력을 갖추고 있다', '한미 또는 한미일 군사연습에 맞서 충분히 대응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군사 업적에 대한 성과를 과시하고 리더십을 강화하는 내부적인 요인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사실 강자 입장에서는 참을 수 있지만 약자의 입장에서는 참기가 어렵다"며 "북한의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게 되면 군부나 인민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군부에 대한 관리 문제, 군심이나 민심 위반에 관련된 문제도 있는 것"이라며 "또 대외적으로도 이런 것들에 반응하지 않으면 만만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무력시위 수위를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무력 도발을 이어가는 것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 축적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장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보통 노동당 창건일 기념일 전까지 무력시위를 하고, 신무기 실험 등을 하다가도 창건일이 지나면 보통 잠잠해진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창건일이 지났음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술핵운용부대에 배치된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밝히고, 장거리순항미사일 발사 등 계속해서 연습을 하고 있는데 북한이 앞으로 ICBM 발사나 제7차 핵실험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 축적 차원의 (도발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핵실험보다는 ICBM 정상각도 발사에 좀 무게를 두고 있다. ICBM 발사 같은 경우에는 아무 때나 했어도 핵실험은 중요한 정책 기념일이나 그 전에 했다"면서 "앞으로 12월까지는 중요한 큰 정책 기념일이 없기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을 하더라도 1월이나 2월에 할 가능성이 좀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정부 초기인 만큼 정치적 차원에서는 새 정부 길들이기 차원의 무력시위라는 분석과 함께 북한이 코로나 봉쇄 등으로 불안정한 내부 정세를 전쟁 위기의식으로 결속시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강동완 동아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 동맹 훈련은 연례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보면 윤석열 정부 초기, 새 정부 들어서 열리는 훈련인 만큼 새 정부 길들이기 차원의 무력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봤다. 이어 강 교수는 "경제 제재도 그렇고 또 대북 코로나 이후에 지금 상황도 그렇고 북한 내부적으로도 지금 굉장히 어려운 때다. 특히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것은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로 내부 정세가 굉장히 지금 불안정하다"며 "이런 때에 북한 내부를 다 잡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외부로부터의 군사적 위험 요인을 강조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미사일 등을 발사하는 것은 이제 대외용인 것이고, 서해안이나 동해안에 방사포나 이런 것들을 쏘는 것은 국내적 차원에서 보면 계속 북한 내부적으로 전쟁의 위기 의식이나 이런 것들을 결속시키면서 내부 세력 결속이나 이런 것들을 다 잡아가려고 하는 그런 의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핵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복합적 도발을 감행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달 25일부터 시작한 북한의 도발은 한미 훈련 특히 항공모함 전단이 들어온 것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봤었지만 지금까지 북한의 도발 형태와 수위는 훨씬 더 높아졌다"면서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전술핵 미사일, 실전 배치된 것, 개발 단계에 있는 것들을 짧은 기간 내에 실험을 한 것"이라고 봤다. 박 교수는 "그 전까지만 해도 항공모함과 한미일 훈련을 겨냥했다면 최근 한 4~5일 사이의 도발은 남한을 향한 도발이다. 미사일, 포 그리고 항공전력을 다 활용한 말 그대로 복합 도발"이라며 "이것은 사실상 전시에 활용하는 모든 전력들이 다 동원된 거니까 그만큼 도발의 수위를 매우 높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결정적인 것은 자신들의 핵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이게 차원이 다른 도발로 넘어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5일 오전 평안북도 태천 인근 저수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쐈다. 28일에는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29일에는 평안남도 순천에서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쐈다. 지난 1일에는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날렸다. 이어 지난 4일에는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일본 열도를 넘어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고, 지난 6일에는 평양 삼석에서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쐈다. 9일에는 강원 문천에서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발사했다. 12일에는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장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또 북한은 지난 13일 오후 10시 30분부터 14일 오전 3시 7분까지 총 4시간 30여 분간 군사분계선 인근 전투기 위협비행과 동·서해 해상완충구역으로의 방사포 등 포 사격,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 포병 사격까지 동시다발적인 육·해·공 도발을 감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