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2022년 국정감사에서 게임 관련 증인들이 모두 누락됐다. 여야 의원들의 게임산업에 대한 무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지난 5월 정부 출범 이후 윤석열 정부의 게임산업에 대한 반복된 무관심은 알려진 바이다. 그러나 이제 정부는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당이나 야당인 민주당 모두 게임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국감에서 다루기를 회피하고 있다.
국감에서 다루어져 할 게임 관련 사안은 많다. 예를 들어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을 둘러싼 이용자 항의 이슈이다.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은 마차시위를 거쳐 단체 환불 소송을 제기했다. 유저들은 9월 23일 다른 이용자 200명과 함께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게임에 쓴 금액을 환불해 달라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또한 리니지2M 유저들은 엔씨소프트가 특정 유튜버에게 방송 송출을 대가로 광고료를 지급한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며, 게임에 개입하지 않고 중립성을 지킬 주의 의무를 어겼다고 주장한 바 있다.
두 사안에 대한 법률적 시시비비를 떠나 게임사와 게임 운영에 대한 유저들의 항의가 작년의 트럭시위 등 게임사에 대한 항의를 넘어 환불요구까지 이르게 된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점에서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는 게임 유저들의 집단적 항의를 반영해 이번 국감에서 철저하게 원인과 대책을 규명해야 했다. 또 이를 위해 카카오게임즈의 조계현 대표와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는 이번 국감에 증인으로 소환되어야 했지만 이들은 이번 증인에서 누락됐다.
국감에서 다루어야 하는 또 하나의 사안은 중국 판호 재발급이다. 얼마 전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실 등이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중요 현안인 중국 판호 재발급 같은 이슈는 제쳐 두고 엉뚱하게도 P2E 게임에 대한 규제완화가 거론됐다. 황당함을 넘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사실 P2E 게임 허용의 전제 조건으로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제거, 완전한 무료 게임 실현, 청소년 진입 금지, 게임 내 코인 가격의 안정화 방안 강구’ 등이 이미 제안돼 있다. 지금까지 이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한 게임사는 없다. 규제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혁신적 글로벌 게임 개발이 아닌 P2E 허용을 요구하는 일부 산업계의 행태는 개탄스러운 일이다.
P2E와 반대로 중국 판호 재발급 이슈는 시간을 다투는 중요한 사안이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한국 게임은 단 3개의 판호를 받았다. 반대로 중국 게임은 아무런 제재 없이 자유롭게 한국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WTO 원칙에 위배되는 사안, 한국 콘텐츠 산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사안에 대해 국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철저하게 다루어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법제화 지연에 대한 책임 소재 규명도 중요하다. 자율규제에 의한 아이템 확률 공개 노력은 이미 파탄에 이르렀다. 작년에 폭발적인 지지를 받은 트럭시위는, 바로 이러한 한계에 대한 게이머들의 적극적인 저항이었다. 지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의 완전 공개와 법제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선 후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번 국감을 통해 아직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약속 불이행이 누구의 책임인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사행성 논란이라는 수렁에 빠져 있는 게임산업의 건전화, 파탄에 이른 게임 이용자의 신뢰회복은 게임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초석이다. 국감이 이러한 초석을 구축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