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中 떠나는 반도체 장비사들…한국 반사이익 기대

세계 4대 반도체 장비업체, 이미 국내 거점 보유…‘시너지’ 기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고객사 한국 위치도 이점으로 작용

2023-10-18     여이레 기자
[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미국의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중국 사업을 일제히 중단하면서 한국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 4대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모두 국내에 주요 거점을 확보해둬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과 지리적 거리가 가깝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고객사가 위치하는 한국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4대 반도체 장비 기업은 이미 모두 국내에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와 미국 램리서치,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은 한국에 연구개발(R&D) 거점을 두고 있다. 네덜란드 ASML은 2024년까지 2400억원을 들여 화성에 극자외선(EUV) 트레이닝센터와 제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추가 투자도 검토 중이다. ASML사는 지난 2020년 초부터 산업부, 경기도, 화성시가 합심해 적극적인 투자유치 노력을 기울여 다음 달 반도체 클러스터를 착공할 예정이다. ASML의 반도체 클러스터 면적은 1만6000㎡로 ASML의 반도체장비 제조센터와 EUV 및 심자외선(DUV) 트레이닝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중국의 대형 고객사들과 거래 중단으로 매출 하락이 예고된 가운데 미국 업체들에 한국은 장기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세계 반도체 장비 1위 기업인 반도체 장비 업체 AMAT의 매출 약 22%는 한국 시장에서 나온다. 세계 두 번째 규모다. AMAT는 2000명 이상의 국내 직원을 고용한 데 이어 올해 최대 300명 이상의 추가 인력 채용을 예고했다. 이어 한국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미국이 동맹국으로 분류하는 주 파트너 중 하나로, 이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주요 장비업체들의 중국 철수 당일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을 경쟁자들이 쓸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 역시 네덜란드와 독일 반도체 부품, 장비 기업으로부터 2000만달러 규모의 국내 투자를 유치하는 등 해외 기업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문동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네덜란드 외교부 고위 관계자와 면담해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서 양국 간 첨단산업 생태계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독일 광학 부품 제조업체 칼 자이스도 대규모 한국 투자를 검토 중이다. 칼 자이스는 ASML에 EUV 노광장비용 반사거울을 독점 공급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칼 자이스는 ASML과 유사한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이라며 “한국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합동으로 네덜란드와 독일의 반도체 부품·장비 업체로부터 총 2000만달러에 달하는 투자 유치 성과를 내는 등 외국기업의 한국 FDI(외국인 직접투자)가 늘고 있다”며 “업계와 긴밀한 논의를 통해 주요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