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차공시 역설’ 은행 취약차주 외면 심화
“금리 정보 제공 등 은행 간 적정 경쟁 유지 필요”
기준금리 1%p 인상 시 예대금리차 0.25%p 상승
2023-10-18 이보라 기자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있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데 비해 예금금리는 찔끔 오르고 있다. 은행 간 자율 경쟁을 촉진하고자 시행한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는 도리어 중‧저신용 고객을 외면하는 ‘꼼수’만 늘어나게 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이슈노트 ‘우리나라 은행의 예대금리차 변동요인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10년 1분기∼2022년 1분기 13개 일반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가 1%포인트(p) 상승하면 잔액 예대금리차는 0.245%p 올랐다. 금리 인상기마다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크게 올랐다.
최근 2021년 하반기∼2022년 상반기에는 금리 상승기를 맞아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급증하면서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가 확대됐다고 봤다.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기준금리와 예금·대출 구성의 상대적 기여도가 37.3%로 가장 컸다. 지난 6월 말 잔액 기준으로 국내 은행들의 예금 중 55%가량은 시장금리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저원가성예금으로 이뤄졌다. 반대로 시장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변동금리 대출은 총 대출의 약 70%였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는 대출태도와 대출시장 경쟁의 상대적 기여도가 20%였다. 은행 간 경쟁의 강도나 대출자산 확대 의지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지난해 이후에는 정부의 가계대출총량 관리로 인해 은행들이 서로 경쟁할 유인이 줄었고, 가계대출태도도 강화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책정하는 가계대출 가산금리가 크게 오른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앞서 지난 8월부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매달 공개해 대출금리 인하 등을 자율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를 시행했다. 제도 시행 첫달 예대금리차가 크게 나타난 신한은행, 전북은행, 토스뱅크는 다른 은행보다 금융 취약계층에 대출 지원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금액인 9751억원의 서민 대출을 취급했다. 전북은행 역시 취약 차주인 외국인 대상 신용대출을 금융업권 최초로 시행했다. 토스뱅크는 대출 고객 중 중·저신용자 비율이 약 30% 후반대로 은행 중 가장 높았다.
은행들은 신용도가 높은 대출 비중을 늘리는 등 꼼수를 부리며 오히려 중‧저신용 고객 등 취약차주를 외면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기에 예대금리차 확대로 차주들의 이자상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은 “금융당국은 은행 간 경쟁촉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예상치 못한 문제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기준금리 인상기에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도 해결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고정금리대출 지표금리가 변동금리대출보다 크게 올라 대출을 받은 입장에서는 이자 부담이 적은 변동금리대출을 택할 유인이 더 크다.
노유철 한국은행 과장은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시기에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며 “또 소비자에게 금리 관련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여 은행·상품에 대한 폭넓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함으로써 은행 간 적정한 경쟁이 유지되는 가운데 투명하게 예대금리차가 결정되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