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은행 배당자제령 또 만지작

'배당 완화' 1년만에 다시 제동 움직임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책 차질 불가피 "은행만 과도한 개입"..."자율성 침해" 지적

2023-10-19     이광표 기자
이복현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를 향한 배당 자제령 카드를 다시 만지작 거리고 있다. 지난해 배당 자제령을 풀어줬지만 금리 상승과 강달러 기조 속에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현상 마저 심화되자 금융사들의 건전성 조이기에 다시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사와 은행권에 금리, 환율 등을 반영한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 시나리오를 제출받고 손실흡수능력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영향을 고려해 금융지주사와 은행에게 배당을 순이익 20% 이내로 제한할 것을 공개적으로 권고했었다. 그 이후 약 6개월 만에 배당제한을 풀어주면서 지난해 하반기 금융사들은 배당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달러 강세와 가파른 금리 인상 속도로 금융권 내 부실 리스크가 확대되며 금융당국의 스탠스가 또 바뀌는 분위기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2일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금감원은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테스트 시나리오 재점검과 이상징후 발생에 대비한 단계별 대응방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금융지주들이 그동안 준비한 배당확대와 자사주 매입에 대한 제동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다. 최근 금융사 CEO 등 경영진들은 실적대비 저평가된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잇따라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나선 바 있는데 당국의 메시지에 따라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될 수 있다. 배당확대 방침도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이달 말 실적 발표를 전후로 배당성향 등 추가적인 주주환원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다만 당국의 스탠스가 미묘하게 바뀌는 분위기여서 각 금융지주들의 향후 행보에도 변수가 될 거로 보인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이 주주권리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 재무총괄CFO)은 "기업가치가 정체기에 있을땐 결국 배당을 높이는 회사가 국내외 투자자 발길을 잡을 수 있고 배당을 늘려야 '은행주 디스카운트'도 해소될 수 있다"며 "경영 자율성과 주주 이익 측면에서도 금융당국의 과도한 가이드라인이 나온다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