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몰렸던 ‘노도강’, 집값 하락속 인구감소에 GTX·복합개발사업 지지부진
노도강, 집값 하락폭 커…2~3억원 하락 사례 늘어
GTX-C·창동역 인근 프로젝트, 삽도 못 뜨고 진통
2023-10-19 조성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심상찮다. 아파트값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인구 이탈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GTX·복합개발사업 등 예정됐던 개발호재도 지지부진하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가 일제히 집값이 하락하는 가운데 집값 하락폭이 가장 큰 지역은 노원·도봉구(-0.40%)였다.
노원·도봉구는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서울에서 가장 아파트값이 많이 내린 지역 1·2위로 꼽힌다. 이들 지역의 하락률은 각각 -3.98%, -3.88%다. 강북구 역시 올 들어 2.82% 하락했다.
개별 단지로 보면 최고 8억~9억원대에 거래됐던 아파트가 5억~6억원대에 팔리는 등 고점보다 수억원씩 하락한 매매 사례가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2단지’ 전용 66㎡는 지난달 5억98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5월 마지막 거래인 8억4000만원보다 2억4200만원 하락했다.
도봉구 창동 ‘주공19단지’ 60㎡는 이달 4일 6억6000만원에 팔려 지난해 8월 대비 3억1700만원 떨어졌다.
이 같은 하락세는 부동산 시장 냉각과 금리인상에 따른 매수세 실종현상은 물론 지속적인 인구 감소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동북권 3구는 작년 1월 기준 올해 9월까지 강북구 1만8829명, 도봉구 1만9965명, 노원구 2만7159명 감소했다.
이밖에 영끌족들의 노도강 매수 판단에 영향을 미친 GTX-C노선 신설, 창동역 인근 복합개발사업도 지지부진 시간이 늘어지며 하락세를 자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GTX-C 노선은 경기 양주시 덕정역부터 수원역까지 약 75㎞를 잇는 도시고속철도로, 2028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강남권 관통 노선변경 갈등, 창동역 지상화 논란 등 아직 첫 삽을 뜨기도 전부터 갈등이 커졌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올 상반기 중 실사협약을 마치고 곧바로 착공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협상 지연으로 전체 일정이 내년 3월께로 미뤄졌다.
당초 국토교통부의 노선 원안은 지하 40~60m 깊이로 철도를 내는 대심도 방식으로, 삼성역-양재역 구간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부 동의 아래를 지나가는 것이었다. 이에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해 난관에 부딪혔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매봉산으로 우회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이렇게 될 경우 매봉산 인근 주민들의 반발도 자명하다. 국토부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우회안보다 원안이 최적이라는 입장이다.
도봉구간(창동역~도봉산역) 지상화 방안에도 도봉구와 지역 주민들이 실력 행사를 불사하며 격하게 반대하고 있다. 현재 도봉구민들은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창동역을 둘러싼 바이오메디컬단지, 서울아레나도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도봉면허시험장과 창동철도차량기지 일대를 개발하는 이들 사업은 서울 동북권을 베드타운에서 바이오·엔터테인먼트 신산업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다.
바이오메디컬단지는 의정부시가 노원구 도봉면허시험장 이전을 돌연 반대하고 나서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서울시는 대체부지 물색, 개발구역 축소 등의 대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시는 김동근 의정부시장 주도하에 시험장 이전 수용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창동차량기지 인접 부지에서 추진 중인 K-팝 문화공간 서울아레나도 대우건설이 사업을 포기한 뒤 대체 시공사를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대우건설은 건설원가 상승과 금융비용 증가를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다. 건설 주체인 카카오는 내년에는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GTX 등 호재로 상승했던 집값이 조정을 받아 거품이 꺼지고 있다”며 “(호재 실현이) 장기 지연될 경우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