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출발부터 삐걱대는 尹정부 부동산 판바꾸기

2023-10-19     윤재오 기자
윤재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시장 개편이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억원의 특별공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키로 했으나 국회문턱에서 무산될 형편이다. 국세청은 당장 20일까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올해분 종부세 고시서를 정상적으로 발송할 수 있다고 하는데 여야 합의는 커녕 논의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여야간 의견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개정법의 국회통과는 어려워 보인다. 종부세 1주택자 특별공제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 11억~14억원짜리 집을 갖고 있는 1주택자 9만3000여명은 올해 종부세를 내야할 것 같다. 부동산시장을 바로잡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제도개선이 시작부터 암초에 걸린 셈이다. 종부세 개편을 놓고 “징벌적 과세인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여당과 “부자감세는 안된다”는 야당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개편이 제대로 이뤄지는 어렵다. 종부세를 재산세와 통합하겠다는 큰 그림은 현재 정치역학구조를 감안하면 실현되기가 불가능해보인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도 개선하기 어려운 과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1년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세제개편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내년 세제개편안에 종부세를 주택수 대신 가격 기준으로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성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재건축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완화도 정부가 발표한대로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야당에서는 “재건축 부담금 완화는 투기꾼의 배를 불리고 집값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한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야당이 보기엔 정부의 완화정책으로 수혜를 볼 것 같은 강남 집주인들도 그리 환영하는 모습은 아니다. 부담금이 통지됐던 금액보다는 줄겠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 재정비도 ‘오락가락’정책으로 혼선을 빚는 바람에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모습이다. 1기 신도시가 무분별한 재건축으로 난개발된다면 큰 문제겠지만 ‘마스터플랜’이란 이름으로 족쇄를 채우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마스터플랜에서는 도시 재개발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큰 원칙만 잡아주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이뤄지도록 맡겨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초기에 규제완화와 제도개편을 통해 부동산시장을 정상화시키겠다고 장담했다. 집값을 잡겠다고 묶어놓았던 규제를 풀면 시장기능이 다시 작동할 것으로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규제완화로 집값 불안이 재연될까 우려했지만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집값 하락으로 그런 걱정은 접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제도개선을 위한 법개정이 국회에서 번번히 좌절되고 섣부른 정책발표로 시장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여야간 협치를 모색해도 성사되기 어려운 판인데 건건이 벼랑끝 대치를 하는 형국이다. 이대로 가면 윤석열 정부는 약속했던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이뤄낼 수가 없다.문재인 정부에 이어 ‘부동산정책 실패’의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국민들의 주거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부동산시장을 바로 잡으려면 어렵더라도 ‘협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