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폐기 결말보이는 '양곡관리법'…여야 의미없는 소모전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 사실상 거부권 행사 의사 밝혀 개정안 법사위와 본회의 넘더라도 거부권에 의해 재의결 절차 밟을 듯 재의결은 재적의원의 3분의 2, 200석 찬성해야 가능…야 단독으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

2023-10-20     김연지기자
지난
[매일일보 김연지기자] '의석수 vs 키맨'.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반발에도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립 구도다. 비록 야당이 단독 처리를 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김도읍 의원으로 국민의힘 소속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권 행사로 읽히는 발언을 한 만큼 개정안 최종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석수와 키맨의 대결 양상으로 읽히지만, 현실적으로 법사위와 본회의 문턱을 넘어도 재의결 정족수(200석)로 인해 개정안은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20일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주도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넘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개정안은 쌀값 안정화를 목표로 초과 생산분이 예상 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쌀값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한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는 임의조항으로 돼 있는 쌀 시장격리를 의무조항으로 바꾼 것이다.  전체 상황은 여당에 유리하다. 우선 법사위는 김도읍(국민의힘) 위원장을 중심으로 여당 간사는 정점식 의원, 야당 간사는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다. 이외에 권인숙, 권칠승, 김남국, 김승원, 김의겸, 박범계, 박주민, 이탄희, 최강욱(이상 민주), 박형수, 유상범, 장동혁, 전주혜, 조수진(이상 국힘), 조정훈(시대전환) 의원이 위원이다.  여야로 나누면 여당은 위원장을 포함해 7명이며, 야당은 조정훈 의원을 포함해 11명이다. 숫자로는 야당 우세다. 하지만 위원장이 여당 소속이다. 즉 의사봉은 여당이 쥔다는 말이다. 법사위 의결을 거쳐야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야당이 숫자로 밀어붙여 야당 위원장 궐위 상태에서 긴급 처리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예상 가능한 대목이다. 물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대통령 거부권이 다시 발목을 잡는다. 우여곡절 끝에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와서 재의에 붙여진다. 문제는 재의결에는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이상(200석) 찬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민주당 의석만으로는 재의결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법안 통과 시스템으로 볼 때 법사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 거부권이 가장 중요하다"며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갖고 있어도 재의결 정족수는 미치지 못하기에 개정안 최종 입법화는 현재 분위기로서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물론 농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전이 중요하다. 민주당은 시장격리 의무화를 해야 쌀값을 물가정책과 연동하려는 재정당국의 재량권 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농가 소득을 보장하고 쌀값 안정화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것이다. 반면 여당은 쌀 공급 과잉과 정부 재정부담 심화를 반대 이유로 꼽고 있다. 
윤석열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야당에서 소위 비용추계서도 없이 통과시켰는데 이는 농민에 도움이 안된다"며 "법으로 매입을 의무화하면 과잉 공급 물량을 폐기해야 하고 농업재정 낭비가 심각해진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결국 어렵게 법사위와 본회의 문턱을 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분명해 보이는 만큼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여야의 힘빼기 끝에 아무런 소득이나 내용없이 정치력만 소모하는 이슈로 사라질 것이 유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