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發 유동성 위기 우려 확산
全금융권 PF대출 잔액 112조...연체율 '껑충'
2금융권 중심 부실 징후...내년 위기설 고조
레고랜드發 ABCP 부도에 연쇄부실 우려도
2023-10-20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고금리에 주택시장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공포가 불어닥치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은 부동산 개발 사업 시행사가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토지를 매입하고 개발 사업이 끝나면 분양 수익금으로 원리금을 갚는 구조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개발 사업의 미래 가치를 보고 자금을 미리 빌려주기 때문에 부동산 호황기에는 사업성 검증이 부족하더라도 수익성과 안정성이 보장된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거나 경착륙할 경우 돈을 빌려준 금융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최악의 경우 연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권과 2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1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말(38조8000억원)대비 189.2%(73조4000억원) 급증한 수치다.
특히 부동산 개발수요 증가와 비은행권의 사업 다각화 및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대체투자 수요가 맞물리면서 PF 대출은 비은행권 중심으로 급성장했다.
은행권은 2012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이후 PF 대출을 크게 늘리지 않았다. 반면 비은행권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평균 14.9% 증가했다. PF 대출 잔액은 은행권이 28조3000억원에 불과하지만 비은행권은 83조9000억원의 대출을 내줘 전체의 약 75%가량을 차지한다.
PF 대출이 급증한 가운데 지난해 8월부터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부정적인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PF 대출 연체율은 0.50%로 6개월 전(0.18%)보다 0.32%포인트(p) 증가했다.
복잡한 PF 대출 구조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PF 대출은 관련 채권을 기반으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해 투자금을 끌어 모으고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채무보증에 나선다. 지난 6월 말 기준 PF 유동화증권 관련 증권사 채무보증 규모는 22조원으로 2013년 말(5조8000억원)보다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실제 9월 발생한 레고랜드 부동산 PF ABCP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방 공기업인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레고랜드 건설 자금을 빌리려고 부동산 PF 대출을 기반으로 약 2000억원 규모 유동화증권을 발행했고 이를 강원도가 채무보증을 섰다. 하지만 결국 채무 불이행에 빠지면서 지자체가 보증을 선 대출도 믿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시장에서 번지고 있다.
문제는 향후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업계는 부동산 하락에 막 진입한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문제로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달 또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은 경우 한은도 추가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p 인상)에 나설 수 있어 부동산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에서는 부동산 PF 부실화가 야기할 수 있는 유동성 위기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PF 대출 관련 ABCP 차환 발행 여부 등 단기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 점검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를 내실화해 양호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대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