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스프레드 확대 회사채도 CP도 ‘꽁꽁’

신용채권시장 유동성위험, 초우량물 공급확대 영향 레고랜드발 디폴트 사태…채권 금리 급등 가속화

2023-10-20     이보라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올해 들어 국내 채권시장 신용스프레드가 지난 2009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확대되면서 회사채와 CP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신용채권 시장 위축은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이슈노트 ‘최근 신용채권시장 상황 평가 : 신용스프레드 확대요인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국내외 통화 긴축 강화 등 영향으로 장기금리가 상승하면서 신용스프레드가 가파르게 확대됐다. 신용스프레드는 신용채권금리와 국고채 금리의 차이로 확대될수록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최근 신용스프레드 수준(10월 14일 기준 회사채 AA- 114bp(1bp=0.01%포인트))은 지난 2009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과거 장기 평균(2012∼2021년 중 43bp)과 코로나19 위기 시 고점(78bp)을 크게 상회했다.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된 이유는 금리 상승 국면에서 신용도와 유동성이 낮은 신용 채권의 투자 수요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이후 기업 예상 부도 확률(EDF)이 우량·비우량 등급 모두 상승하고, 신용 위험에 대한 경계감이 고조됐다. 이에 더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통화 긴축정책을 이어가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유동성을 선호하고 시장이 불안할 때 환금성이 제약되는 신용물에 대한 투자유인이 약화했다. 또한 한전채·은행채 등 AAA등급의 초우량물 공급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신용채권 간 구축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올해 1~9월중 AAA등급 신용채권의 순발행은 48조원으로 전체 신용채권 순발행의 96%였다. 이 중 한전채 발행은 18조3000억원으로 전체 신용채권의 36.7%를 차지했다. 아울러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사태로 불안 심리는 가중하고 있다. 우량 등급으로 분류되는 AA- 회사채 3년물 금리는 19일 5.574%로 급등했다.  또한 기업들의 단기자금 조달 수단인 CP금리(A1등급, 91일물 기준)도 4.07%까지 올랐다. 13년 만에 4%를 다시 넘어섰다.  3분기 회사채 수요예측 또한 확연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 공모 무보증사채 수요예측은 총 6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5000억원(39%) 감소한 5조5000억원이 진행됐다. 경쟁률은 전년 동기(348%) 대비 152%포인트 감소한 196%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부터 4년 연속 300%대를 지속해왔으나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2020년에 조성한 1조6000억원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재가동해 신속히 회사채 매입을 재개할 방침이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레고랜드발 사태 이후 확산되는 시장 불안요인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주요국 통화 긴축 강화 등으로 금융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단기간 내 신용채권시장의 위축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전했다. 또한 한국은행은 신용채권시장 불안이 크게 확산하지 않도록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신용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수급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신용채권시장 유동성 제고를 위한 시장 활성화 방안도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