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예금도 5% 주는데” P2P 고사위기

투자 상품인데 ‘평균 수익률’ 6~9%대…금리경쟁 속 매력 ‘뚝’ ‘법정최고 금리·기관투자 제한’ 등 제도적 영향 커

2022-10-23     홍석경 기자
제도권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누적 대출은 현재 4조원을 돌파했지만, 신규 대출 실적이 저조하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 예·적금 이자는 현재 5%에 가까워졌지만, P2P의 경우 좀 더 나은 수익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와 기관투자 제한 등 제도적 한계로 인해 수익률 개선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23일 중앙기록관리기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P2P 47개사의 대출 잔액은 1조4050억원으로 작년 말 1조1150억원에서 26%(29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누적대출 금액은 2조5039억원에서 97%(2조4364억원) 급증한 4조9403억원을 기록했다. P2P협회가 지난해 8월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신규로 제도권에 입성한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잔액 역시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실질적인 성장세는 대체로 둔화했다는 평가가 앞선다. 업계 월별 대출잔액 추이를 보면 올해 1월 1조1789억원, 2월 1조2228억원, 3월 1조2782억원, 4월 1조3633억원, 5월 1조4152억원으로 상반기까지는 조금이나마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6월 들어 1조3917억원으로 하락 전환했고, 7월 1조3980억원, 8월 1조4131억원, 9월 1조4050억원으로 주춤한 상황이다. 업체별로 상위 10개사의 대출 잔액을 살펴보면 9월 말 기준 피플펀드가 3595억원으로 가장 많고, 투게더앱스가 2408억원으로 양사 비중이 전체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반면 어니스트펀드(981억원)와 8퍼센트(916억원), 오아시스펀드(727억원), 프로핏(669억원), 비에프펀드(442억원), NICE비즈니스플랫폼(411억원), 렌딧(310억원) 등 최상위 2개사를 제외한 45개사 모두 대출 실적이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중에선 대출 수요가 넘쳐나고 있지만, P2P대출 공급이 충분치 않은 배경은 제도적 영향이 크다. 우선 최고금리 제한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한국은행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 이후 주요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4.5%를 넘어섰다.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예금 이자 6%를 제시해 투자상품인 P2P와 비슷해졌다. 업계 1위인 피플펀드가 밝힌 평균 수익률(세전)이 6~9%인 정도인데, 안전자산인 예·적금 매력이 더 높아진 셈이다. 현재 제도에선 P2P 투자 수익률을 개선하기 어려운 구조다. 개인신용대출 상품 수익률을 높이려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활성화해야 한다. 저신용자 특성상 상품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 높은 이자가 불가피한 데, 최고금리가 20%로 제한해 있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기관투자’가 허용된다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성해 좀 더 많은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유리하겠지만, 이마저도 안되는 상황이다. 각종 규제에 둘러싸여 현재까지 전체 P2P 업체 중 적자를 벗어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P2P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라도 늘려 수익을 방어했는데, 최근에는 경기침체로 인해 관련 대출 비중을 줄이고 매출채권이나 신용대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분위기”라면서 “다만 투자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최고금리나 기관투자 제한 등 여러 규제에 막혀 나은 수익률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