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산업계 인력난, 핵심 기밀 유출로 이어진다

삼성바이오-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직원, 기술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 중 기술유출 소송 건 중소기업, 75%가 패소

2022-10-24     이용 기자
[매일일보 이용 기자] 산업계에서 동종 업계 간 핵심 인재 이직이 잇따르는 가운데, 기술 유출로 인한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업계는 핵심 인재들의 이직으로 인한 소송을 진행 중이며, 중소기업계는 대기업의 기술 탈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직원 3명이 삼성바이오 퇴사 직전 영업 비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인천지검 형사3부는 7일 삼성에서 롯데로 이직한 직원들의 PC 등 자료를 확보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퇴사한 일부 직원이 핵심기술을 퇴사 전 출력해 롯데바이오로직스로 간 것으로 보고 지난 5월 법적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중소 진단키트 제조사 S사는 동종 업계 기업으로 이직한 전 해외 법인장을 상대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걸었다. S사는 해당 직원과 퇴사 이후 2년간 경쟁사에 취업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이번 이직으로 현지 영업망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가처분 신청 이유를 전했다. 전 법인장이 이직한 경쟁사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진단키트 개발로 큰 성장을 거둬 최근 몸집 불리기에 적극 나선 상황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소기업 기술유출 및 탈취 피해금액은 2827억원이며 피해 건수는 280건이다. 그러나 피해 사례에 대한 피해기업 보상과 가해기업 처벌은 전무한 실정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당사자계 특허심판 현황을 보면, 2021년 중소기업의 패소율은 75%(심결 12건 중 패소 9건)이다. 기술유출로 인한 증거 등 입증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2018년에는 50%로 반반이었지만, 2019년에는 60%, 2020년 71.5%로 갈수록 패소율이 증가하고 있다. 업계는 이 사태가 △만성적인 기술 인재 부족 현상 △대기업의 소극적인 인재 양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초부터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기술을 갖춘 인재가 항상 부족한데, 최근 대기업이 관련 산업에 투자를 늘리면서 중소기업에서 성장한 인재를 빼가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경우, 삼성, 롯데, CJ 등 대기업이 관련 분야 투자를 늘려 인재 채용에 적극 나선섰다. 자본 규모가 부족한 중소기업 특성상 연구원은 물론 영업직 인재까지 대기업으로 흡수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독일 B제약사 관계자는 “독일의 일부 대기업은 채용 때 필요 인원보다 많은 사람들을 뽑아 교육시킨다. 결국 일부만 합격되고 나머지는 방출되지만, 이들은 중소기업에 들어간다. 대기업의 교육을 받은 이들 덕분에 업계 평균 기술력이 안정화 되는 것”이라며 “대기업은 중기와의 상생과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