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 즐겨찾는 유흥주점 ‘텍가라오케’
휴식부터 부킹까지, 그들만의 은밀한 해방구
2009-09-14 김영민 프리랜서
연예인이 즐겨 찾는 유흥주점은 어디일까. 이 부분 역시 개인 성향에 따라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게 되지만 그 가운데 가장 선명한 빛을 발현하는 곳이 바로 텍가라오케다. 연예인이 자주 찾는 수준을 뛰어넘어, 가장 주된 고객층이 연예인을 비롯한 연예계 관계자들이라고 할 정도다. 텍가라오케는 테크노(techno)의 앞부분인 텍(tech)에 일본식 표현인 가라오케(karaoke)를 합친 신생어다. 테크노 음악을 즐기는 이들, 다시 말해 일반 가라오케를 이용하는 손님층보다는 더 젊고 감각적인 이들을 주된 고객으로 한다는 의미의 이름이기도 하다.
한번 술상에 수 백 만원
우선 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나이트클럽처럼 춤을 즐길 수 있다. 춤을 출 수 있는 플로어가 구비돼 있고 흥을 돋우는 디제이가 파워풀한 클럽 음악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 실제 분위기는 나이트클럽보다 테크노바에 더 가깝다. 또 노래 부르며 술 마시는 것을 즐기는 이들은 룸에서 이를 즐기면 된다. 이는 가라오케의 특징을 차용해온 것이다. 그만큼 규모도 크다. 200평 정도의 업소는 작은 편에 속하고 300평 이상의 대규모 업소도 여럿이다. 당연히 룸도 10개 이상이 보통이다. 대부분의 텍가라오케는 별도로 ‘나가요 걸’을 고용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손님이 요구하면 보도방을 통해 데려오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룸살롱 분위기를 낼 수도 있다.여성들끼리 오는 경우엔 호스트바 분위기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일부 퇴폐 호스트바의 경우처럼 난잡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는 남자 손님들이 나가요 걸을 부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호스트바 분위기는 남성 룸 디제이(Room DJ)들이 맡는다. 룸 디제이는 텍가라오케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이다. 나가요 걸이 들어오는 만큼 2차도 가능하다. 그 비용은 25만원 가량인데 텍가라오케를 찾는 손님이 2차를 나가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고 한다. 손님 대부분이 젊은 층으로 ‘즐겁게 놀다 간다’는 생각으로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이렇게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만큼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다. 평균적으로 기본이 45만원 정도다. 여기서 기본이란 양주 한 병에 음료수, 기본 안주, 룸 차지 비용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여기에 다양한 형태의 추가 비용이 붙는데 룸 디제이와 나가요 걸을 부르면 이들의 봉사료가 추가된다. 또 술을 기본으로 시킨 양주 한 병으로 끝내는 이들도 흔치 않다. 양주와 맥주 등이 추가되다 보면 순식간에 100만원을 넘기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레미 마틴이나 루이 13세 등 한 병에 수백만원씩 하는 최고급 양주를 주문하는 손님도 상당수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번에 수백만원의 술값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연예계 비즈니스 미팅 장소로 애용
텍가라오케의 특성은 폐쇄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는 연예인과 방송 관계자들이 텍가라오케를 많이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연예인들이 자주 출입하는 이유는 유명세로 인해 늘 타인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는 입장에서 텍가라오케가 가장 편하게 술자리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룸살롱도 있지만 룸살롱은 약간 질펀한 분위기가 연상되는 데 반해 텍가라오케는 그런 부담감을 덜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연예인들이 모여 술자리를 갖는 자리로 선택되는 경우가 많고 각종 드라마나 영화 출연진의 회식 내지는 연예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의 회식 자리로도 텍가라오케가 자주 활용되고 있다. 이곳은 방송국 고위 관계자와 연예기획사 관계자, 혹은 연예인과의 만남이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자리에선 업무 관련 이야기가 오가기도 하는데 특히 캐스팅 문제와 관련해 진지한 상의가 이뤄지기도 한다. 방송국이 막강한 캐스팅 권한을 휘두를 당시에는 룸살롱 등에서 방송국 고위 관계자를 접대하는 일도 종종 있었지만 스타의 파워가 막강해진 요즘엔 텍가라오케 같은 곳에서 편한 술자리를 가지며 캐스팅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것. 일종의 비즈니스 미팅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연예인을 비롯해 방송 관계자들이 자주 찾으면 자연스레 연예인이 되고픈 열망을 가진 지망생들도 꼬이게 마련이다. 텍가라오케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텍가라오케의 꽃, 룸 디제이들 가운데 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이들이 상당수라고. 연예계 데뷔를 꿈꾸는 룸 디제이들 입장에선 텍가라오케가 자신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면서 돈도 벌고, 손님으로 온 연예 관계자들의 눈에 들어 연예인으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까지 잡을 수 있는 공간이다. 실제 이런 통로를 통해 연예계로 데뷔한 이들도 있다.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높은 인기를 누리다 이내 잊혀진 가수 A양이 대표적이다. 손님으로 온 음반기획사 관계자들에게 발탁돼 가수로 데뷔할 수 있었던 A양은 룸 디제이로 활동할 당시 워낙 출중한 끼를 발산해 남성 손님들은 물론이고 여성 손님들에게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은밀한 부킹 이뤄지기도
결국 형식은 부킹이지만 바지사장의 세심한 배려가 담긴 진지한 만남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텍가라오케를 찾은 남성 연예인이 업소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 손님을 골라 은밀히 바지사장에게 부킹을 요구한다거나, 여성 손님이 먼저 특정 남성 연예인과의 부킹을 부탁할 경우 이뤄지는 것이다.종종 이런 만남이 실제 이성교제로 연결되기도 하는데 대부분 남성 연예인이 먼저 여성 손님을 지목해 부킹이 이뤄지는 경우가 성공률이 훨씬 높다는 게 텍가라오케 웨이터들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