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사명변경’ 진실게임 불거진 내막
‘대한’→‘한화’ 간판 바꾸기 진짜 걸림돌은?
2010-09-14 권민경 기자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대한생명 “예보와 협의가 되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
예보 “사명변경에 대한 공식적인 요청 받은 적 없다”
국내 생명보험 업계 ‘빅3’ 가운데 하나인 대한생명이 사명변경에 차질을 겪고 있다. 모기업인 ‘한화그룹’과의 일체감 및 시너지 제고를 위해 ‘한화생명’으로 사명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 지가 벌써 수개월째지만 좀처럼 진척이 없다. 대한생명은 설문조사를 통해 사명변경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묻고 동의까지 구했지만 2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예보 측 얘기는 대한생명과는 사뭇 다르다. 예보는 대한생명과 사명변경에 대한 구두논의 정도만 있었을 뿐 한 번도 공식적인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쉽게 결정할 만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대한생명이 사명변경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야 예보에서도 본격적인 검토를 할 수 있는데 아직 그러지 않고 있다는 얘기. 이 뿐 아니다. 대한생명 노조 또한 회사가 직원들을 상대로 했다는 설문조사의 정확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현 시점에서의 사명변경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예보와 노조의 주장이 이처럼 대한생명과 엇갈리면서 사명변경에 대한 대한생명의 태도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이슈가 될 만 한 게 없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사명변경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 “별다른 진척 사항이 없어 할 말이 없다”며 “사명변경에 대해 회사의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 예보 입장이 정해져야만 새로운 얘기가 나올 수 있는데, 협의가 잘 안되고 있어 사명변경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 이름 아래 시너지 효과 기대?
당초 대한생명은 ‘한화생명’으로의 사명변경을 통해 한화그룹 내 금융계열사 간 일체감을 키우고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도 “‘한화’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금융사들이 통합되면 이에 따른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대한생명을 축으로 한화손해보험과 제일화재, 한화증권, 한화투신운용 등 보험과 증권 자산운용을 아우르는 금융네트워크를 갖출 계획이었다. 더욱이 올 연말로 예정된 한화손해보험과 제일화재의 합병과 함께 금융 사업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프로모션 진행을 염두에 두고 있어 사명변경에 속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대한생명은 지난 6월~7월 사이 외부컨설팅회사에 의뢰해 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고 90%가 넘는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내는 등 내년 변경을 목표로 사명변경 작업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러나 대한생명 지분 33%를 보유한 2대주주 예보의 반대로 사명변경이 벽에 부딪쳤다는 것이 대한생명 측의 얘기다. 반면 예보는 대한생명이 사명변경과 관련해 공식적인 동의 요청을 한 적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예보 한 관계자는 “대한생명에서 공식적으로 사명변경 의사를 밝혀야 우리 쪽도 검토를 해보고 입장을 내놓을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몇 차례 구두 상으로만 논의가 오갔을 뿐 한 번도 공식적인 요청을 해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예보는 사명변경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대한생명이 수 십 년 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자칫 흔들릴 수 있고, 현재 이익을 내며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회사의 사명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다만 예보가 걱정스러워 하는 입장을 가지고는 있지만 대한생명이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아 그쪽의 복안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한편 대한생명이 직원 대부분의 찬성을 얻어냈다는 설문조사에 대해 노조 측의 얘기 또한 전혀 다르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가 처음에는 직원들에게 어떤 공지도 없이 경영진 선에서 사명변경을 추진하다가 직원들의 찬성 데이터가 필요해지자 내부 관리자를 통해 직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는 것. 노조가 이에 반발하자 다시 외부전문가를 도입해 재조사를 했고, 회사 측은 직원의 90%에 달하는 찬성을 받았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그러나 “노조 측이 별도로 홈페이지와 현장질문을 통해 조사한 바로는 사명변경에 대해 직원 98% 가량이 압도적 반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의 설문조사 질문 자체가 잘못된 방식이었기 때문에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노조는 또 지난 4월 회사가 경영상황의 어려움을 들어 구조조정을 실시해 650여명의 직원들이 퇴직했는데 불과 두 달도 되지 않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사명변경을 추진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입장도 일정부분 이해는 가지만 직원들의 의견도 중요하다”며 “현 시점에서의 사명변경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명변경 대한생명 내부에서도 반발
대한생명 사명변경과 관련한 안팎의 잡음이 이처럼 계속되면서 보험업계에서는 이번에도 사명변경이 일정대로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