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증권株 거래감소·PF ‘겹악재’
증권업종지수 8월부터 지난 26일까지 15.43%↓
삼성·KB증권 3분기 영업이익 전년比 52.24% 하락
2022-10-27 이채원 기자
[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증권업계가 증시부진으로 인한 실적악화에 레고랜드 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겹친데 이어 대형 증권사들은 중소형사를 위한 1조원 규모의 제2의 채안펀드(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증권주에 악재가 몰렸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증권업종지수는 8월 들어 지난 26일까지 1679.15에서 1420.11로 15.4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의 하락률인 -8,24% 대비 2배가량 더 내린 수치다.
올해 이어진 증시부진으로 인해 증권사들의 실적은 지난해보다 50% 넘게 떨어졌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증권 연결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6.9% 급감한 1561억원을 기록했다.
순 수탁 수수료 수익은 시황 악화에 따른 국내 주식 고객 거래 위축으로 전년 대비 47.7% 감소했고 금융상품 판매수익도 주가연계증권(ELS) 조기 상환 규모 축소와 펀드 판매 위축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47.9% 감소했다.
KB증권 또한 올해 3분기 지난해 동기보다 52.24% 급감한 11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KB증권 측은 주식시장 침체와 시장금리 상승,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수탁 수수료가 전 분기 대비 34.2% 감소하며 부진해 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은 318억으로 작년 동기 76.86% 줄었다. 주식 거래 대금 감소로 수탁 수수료가 줄고 시장 금리 상승으로 유가증권 이익이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대폭 줄어든 영향이다.
이달 말 기준 증권사들이 매입확약에 나선 부동산 PF 규모도 15조원에 달한다. 매입 확약이란 금융상품이 시장에서 롤오버 또는 판매되지 않을 경우 신용공여를 제공한 금융기관이 물량을 떠안겠다는 약속을 말한다.
증권사 별로 보면 메리츠증권이 2조34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증권이 1조8434억원, 한국투자증권이 1조4412억원, KB증권 1조1899억원, 하이투자증권 8668억원, 하나증권 7693억원 순이었다.
더해서 대형 증권사들은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중소형사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제2 채안펀드를 조성하기로 협의했다고 전해진다. 27일 오전 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 등 대형 증권사 9곳의 사장단이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사옥에서 긴급 회의를 열었다.
회의 참석자들은 최근 일반기업의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뿐만 아니라 부동산 PF 유동화시장 등 실물 및 금융부문 전반의 유동성이 단기적으로 침체돼있음을 우려했다. 특히 이같은 유동성 위기가 증권업계 전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자금여력이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시장안정 역할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전말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정해지지 않았지만 9개사가 각각 500억~1000억원 수준으로 자금을 각출하고 특수목적법인(SPC)를 세워 ABCP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이날 참석한 증권사 관계자들이 부동산 PF 유동화 시장 및 단기자금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고 증권사가 보유한 ABCP 등이 업계 차원에서 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며 “빠른 시일 내에 세부 실행방안과 지원 규모를 결정해 실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