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비명…'안심전환' 문턱 높고 '금리인하요구' 안 먹히고

안심전환대출 접수 15% 그쳐...당국 뒤늦게 요건 완화 은행들 깜깜이 금리산정에도 금리인하 요구엔 '미온적'

2023-10-30     이광표 기자
주담대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영끌족'의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은 7%를 넘어섰고, 내년 1분기 9%대에 도달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21일 기준으로 연 4.59~7.10%를 기록했다. 주담대 금리 상승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취약차주들의 이자폭탄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취약 차주는 157만명, 액수는 183조원"이라며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이자 부담은 총 8200억원, 1인당 한 달 이자 비용만 52만원 증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 주담대 변동금리는 3.39∼4.80%였다. 현재와 비교해 금리 상·하단이 각각 2.3%, 1.2% 높아진 상황이다. 김 의원의 분석대로라면 취약 차주들은 1인당 100만원 이상 이자가 늘어난 상황이다. 최근 금리인상과 집값하락이 동시에 진행되며 영끌족의 이자부담이 일파만파 커지자 금융당국은 이자 부담을 줄이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안심전환대출'과 '금리인하 요구권'을 적극 장려해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내놓은 안심전환대출고 금리인하요구권도 요건이 까다로워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은 금리 상승기에 대출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1·2금융권에서 받은 변동·혼합형 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주택금융공사의 3%대 장기·고정금리 정책모기지로 바꿔주는 정책 금융상품이다. 대출금리는 연 3.8%(10년)∼4.0%(30년)이고, 저소득 청년층(만 39세 이하·소득 6000만원 이하)에는 연 3.7%(10년)∼3.9%(30년)가 적용된다. 안심전환대출은 지난달 15일부터 신청을 받았지만 신청 금액은 3조 9000억 원으로 정부 목표액(25조 원)의 15%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했다. 시장에서는 당초 상품 설계부터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신청 자격 완화 요구가 거셌다.  실제 안심전환대출은 주택 가격(시세 기준) 4억원 이하인 1주택자를 대상으로만 신청·접수를 받아왔다. 주택가격 요건이 4억원 이하로 매우 낮은데다, 대출금리 역시 현재 상품과 비교해 갈아타기에는 충분히 낮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결국 금융당국은 뒤늦게 자격요건을 완화키로 했다. 지난 26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비상경제민생회의 금융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신청 자격 기준이 높아 실효성 논란이 일었던 안심전환대출 대상 주택 가격 기준을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높이고 소득 요건도 부부 합산 1억원으로 완화한다는게 주요 골자다. 대출한도 역시 최대 2억 5000만 원에서 3억 6000만 원으로 상향했다.  한편 영끌족들의 이자 경감 수단 중 하나인 '금리인하요구권'도 은행들의 미온적 태도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은행들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내줄 때는 신용을 반영해 금리를 설정하면서도 금리인하 요구에 대해서는 담보부 대출이라는 이유로 인하를 수용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은 주담대에 신용평가를 반영해 금리를 산정하고 있다. 다만 은행 대출 금리 산정 기준이 ‘깜깜이’에 머물고 있는 터라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이 얼마만큼의 비중을 두고 신용을 반영했는지도 알 수 없다. 실제로 은행들은 담보부 대출의 경우 금리인하 요구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거나, 금리 조정을 해도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금리인하 요구권이 적용되지 않는 대출상품은 전체의 38%에 달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는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이 드물다”며 “만약 금리인하 요구가 수용돼도 0.01% 포인트 수준의 미미한 수준만 적용될 뿐”이라고 밝혔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을 낸 차주들은 명확한 금리 산정 이유도 모른 채 주담대 금리 연 8% 시대를 앞두고 등골이 휜다는 점에서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금리인하요구권 불수용의 경우에는 왜 불수용이 되는지 은행권에 개선책을 요구할 것"이라며 "공시발표 전까지는 개선의 여지에 대해 좀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