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비극 “하루전 인명사고 조짐”…구조대 접근 어려워 피해 커져

전날에도 인파몰려 일부 여성 넘어지는 위험상황 발생 용산구청 27일핼러윈 대책회의 열었지만 인파 예측 못해 주최측 없는 행사여서 ‘안전관리 매뉴얼’ 적용 사각지대

2022-10-30     권영현 기자
서울

[매일일보 권영현 기자] 사상 최악의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하기 하루전에도 인파가 몰려 사고위험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전혀 대비가 이뤄지지 않아 행정당국을 향하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좁은 골목길에서 인파가 몰려 구조대 진입이 어려워 피해가 커졌는데, 안전관리와 통제가 전혀 되지 않았다. 주최측이 없는 축제라 ‘안전 매뉴얼’도 적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용산구가 코로나 이후 첫 할로윈 데이라는 점을 감안해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최소한의 안전관리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SNS에 따르면 금요일인 28일 밤에도 이태원 골목 곳곳에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사고 위험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당시에도 “이태원에 사람이 너무 많아 걷기가 힘들 정도”라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 일부 여성이 인파에 떠밀려 넘어지기도 했는데 사람들이 이동을 멈춰 인명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목격담이 있었다.

용산구는 27일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코로나19 방역·소독과 주요 시설물 안전 점검에 대한 것이었고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한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는 세계음식문화거리를 밀집혼잡구역으로 지정하는 한편 이태원역 주변 환풍구에 안전가드를 설치하는 안전조치를 취했지만 인파가 몰리는데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당일에도 용산구 소속 일부 직원이 현장에 나와 있었지만 인력이 많지 않아 통행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는 좁은 장소에 수만명이 몰리는데도 ‘축제 주최’가 없는 행사라 ‘안전관리 매뉴얼’ 적용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005년 10월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MBC 가요콘서트를 보러 온 시민 11명이 압사하고 16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자 2006년 6월 ‘공연·행사장 안전매뉴얼’을 만들었다.

지난 2013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지역축제 안전관리 조항을 신설했고 2019년에는 민간이 지역축제를 개최할 때에도 안전관리계획 수립해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같은 매뉴얼이 주최측이 없어 적용되지 않았고 용산구청도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인파가 몰린 탓에 출동한 소방관들과 경찰도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서와 사고현장이 100거리에 불과했지만 인파를 뚫고 구급대가 도착하는데 평소보다 시간이 오래걸렸다.

또 심정지 호흡곤란 환자가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구급대원도 턱없이 부족했다.

사고 지역은 좁은 골목인데 세계음식거리가 있는 위쪽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이태원역에서 나와 올라가려는 사람의 동선이 겹쳐 혼잡한 곳이다. 사고 발생전 한때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우측통행을 하기도 했으나 어느 순간 인파에 휩쓸려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넘어지면서 순식간에 사고가 발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가 사고 당시 군중의 패닉 상태로 피해가 커졌다고 분석한다.

한 전문가는 "압사 사고는 '집단 패닉'이란 심리 현상에서 오곤 한다. 피난로가 두 방향이어도 패닉에 빠진 군중은 남들이 달리는 방향으로만 가게 된다"고 말했다. 극장 등 실내 공간에서 불이 났을 때 압사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체로 이런 패닉 탓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