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대재해 공포감…中企, 사고 ‘포비아’ 여전
지난 1월 시행 이후 3분기 건설 현장 사망자 61명 달해
中企, 법 관련 인력‧규정 불명확해 막연한 두려움 퍼져
2022-10-31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건설현장을 운영하는 중소기업계에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중대재해법이 올해 초부터 시행됐지만, 결국 ‘기업 때리기’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장 직원들의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한 사고에 경영인이 처벌받는 점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미 여러 기업이 중대재해 처벌 대상으로 내몰렸지만,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오히려 늘었다. 실제 국토교통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3분기에 건설사고로 사망한 근로자는 총 61명이다. 이 가운데 100대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100대 건설사 가운데, 사망사고가 발생한 업체는 총 14곳이다. △DL이앤씨 △대우건설 △계룡건설산업 △호반산업에서 각 2명씩 사망자가 발생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코오롱글로벌 △금호건설 △DL건설 등 10개의 건설사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각 1건씩 발생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직전 가장 관심을 많이 받은 업체는 HDC현대산업개발이다. 지난 1월 11일 광주 화정아파크 외벽 붕괴에 따른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중대재해법은 1월 17일부터 시행됐다는 점에서 중대재해법에서는 벗어났다. 하지만 사망자가 6명이나 나왔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해당 사항에 대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법 시행 이후 1호 처벌은 종합건자재기업 삼표산업이다. 지난 1월 29일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삼표산업 사업소에서 석재 발파를 위해 구멍을 뚫던 중 토사 30만㎥가 무너져내렸다. 이 사고로 장비에 탑승해 작업 중인 3명이 매몰됐다. 굴착기 기사인 김 씨(55)와 천공기 기사인 정 씨(28)는 사고 당일 숨진 채 발견됐다.
건설사뿐 아니라 중소기업계의 우려는 더욱 컸다. 안전관리자를 따로 채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현장의 관리‧감독을 강화해도 발생할 사고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관련 인력 확보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안전관리자의 숫자는 한정됐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제공하는 대기업군으로 인력이 쏠리기 때문이다. 해당 정책은 경영자 처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제공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중대재해법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법 시행 단계부터 중소기업계는 노동자 중심의 정책에 반발했다. 올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차기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방향’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최우선 해결 과제로 ‘고용과 노동정책의 불균형(33.7%)’을 꼽았다. 사실상 중대재해법 등이 가장 골칫거리라는 뜻이다.
현재 정부는 중대재해법 완화에 공감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경영자만의 부담으로만 작용할 수 있는 위험성을 분산시키겠다는 주장이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열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산업현장에서는 안전·보건 주체 간 역할과 책임의 불분명으로 인해 안전보건의 사각지대가 흔히 발견된다”며 “중대재해는 원·하청 사업주, 관리자, 근로자 등 다양한 안전·보건 주체가 역할과 권한에 맞는 책임과 의무를 이행할 때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는 중대재해법의 적용에는 찬성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현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자가 어떤 부분을 지켜야 된다는 부분이 불명확하다”며 “재해사고를 예방하려면 네거티브 조항처럼 몇 가지만 갖추면 되지만, 현재는 막연함 두려움으로 기업인들의 사기를 깎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령 중대재해법 내용 자체를 강화하더라도 경영자가 지켜야 할 의무규정만 명확하게 정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