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중받는 사회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안녕하세요”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여기서 안녕이란 안부를 전하거나 물을 때 사용하기도 하고 아무 탈 없이 편안하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그런 의미에서 2022년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가족은 정말 안녕한지 묻고 싶다.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가족은 현재 발표된 여성가족부의 가족 범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안녕’하지 못한 가족에 속한다. 2005년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해 홀로 자녀를 양육했지만 비혼모 가정이라는 이유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2013년에는 결혼 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가족부에서 정의하는 건강한 가정이 될 수 없었다. 10년 동안 아이의 주 양육자 역할을 하는 남편은 법적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족이 될 수 없으며 아이의 학년이 바뀔 때 마다 가족의 사적인 부분을 설명해야 했고, 아빠는 보호자란에 서명을 할 수도 없었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함을 추구하고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개인의 삶을 존중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삶들도 우리 사회가 규정하고 있는 ‘정상가족’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여성과 남성이 결혼을 하고 그들이 낳은 자녀로 이뤄진 가족을 ‘정상가족’이라 교육한다. 이런 가치관은 아빠, 엄마가 없는 아이에 대한 차별적 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여성가족부가 진행한 ‘가족다양성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혼인 및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생각에 응답한 비율은 69.7%라는 통계가 발표됐다.
또한 사실혼, 비혼, 동거 등 법률혼 이외의 혼인에 대한 차별 폐지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70.5%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사회적 목소리를 반영해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건강가정기본법에서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를 ‘가족기본법’으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여성가족부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건강가정기본법에 포함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발표를 했다. 이러한 발표는 법적 가족 정의에서 벗어나 가족을 이루고 있는 이들에 대한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 개인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감에 있어 어떠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지, 그리고 그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일인지 묻고 싶다.
한 부모가족, 조손가족,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형태의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다양성을 존중해야하는 사회에서 이는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현상이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가족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에서 규정한 범위에서 벗어나면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앞으로는 국가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다양한 삶을 배려하는 성숙한 사회를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