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동안 가파르게 올랐던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집값이 많이 올랐으니 조정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집주인이 문제지 집 없는 나는 상관없어”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집값이 인플레이션 정도 또는 그 이상 안정적인 상향흐름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비 정상적으로 급등한 집값은 많은 부작용을 만든다.
집을 가지신 분들이야 자산가치가 하락하니까 당연히 타격을 받을 것이고,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역 전세가 생기면서 무주택자들의 전세금 역시 위험해질 수 있다. 거래절벽으로 세수가 줄어들면서 정부재정이 악화될 것이며, 건설경기 악화 및 소비감소로 내수경제가 침체되면서 사회적인 약자들은 더 큰 타격을 받는다. 집값이 오를 때보다 내릴 때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정부는 부동산정책을 통해 또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항상 한 템포가 늦다는 것이다. 시장상황을 반영하는 주택통계를 기반으로 분석을 해서 대책을 만들다 보니 항상 시장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정부정책이 시장을 이끌 수 갈 수 있도록 선제적인 부동산정책을 펼쳐야 하는 것이 맞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맞지 않다.
미래를 모르는 상황에서 잘못 판단하고 어설프게 선제대응을 하였다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버리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하겠는가? 특히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에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더욱 조심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
집값하락의 시그널은 이미 몇 달 전부터 나왔다. 2021년 10월부터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었고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5월부터 거래 빙하기가 되었다.
부동산보다 선행지표인 주식은 큰 폭으로 하락하였으며, 보수적인 통계로 알려진 한국부동산원 주간, 월간 통계도 하락폭을 커지고 있었지만 국토교통부는 집값이 많이 올랐으니 떨어져야 한다, 심지어 PIR(소득대비 집값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집값이 반 토막 나도 된다며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금리인상과 집값하락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두 손 놓고 가만히 있을 문제도 아니었다.
서울 아파트가격까지 하락폭이 커지자 발등의 불이 떨어진 정부는 15억원 초과 LTV(담보대출인정비율)를 풀어주고 무주택, 1주택자는 LTV 50%로 단일화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당연히 효과는 없을 것이다. LTV를 풀어주더라도 여전히 소득에 따라 대출한도를 결정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남아있고, 대출이자 부담이 커졌으며 무엇보다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 상황에서는 실 수요자들 조차도 지금 분위기에서는 집을 사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공공주택 50만호 공급을 하겠다고 한다. 서울처럼 절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지역이야 일관성 있게 공급계획을 추진하는 것이 맞지만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공급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집값 상승을 기대한 과수요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해 보였던 것이다. 집값 못 잡을 때 공급부족이 문제였던 것이지 수요가 감소한 지금은 공급이 문제가 아니다.
주택시장은 폭주기관차다. 달릴 때 멈추는 것도 어렵지만 한번 멈춰버리면 다시 움직이기도 어렵고 부작용도 크다. 많이 오른 집값이 조정되더라도 거래가 뒷받침되면서 정상적인 흐름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온 힘을 쏟아 부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