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금융 수신금리 경쟁에 ‘예금해지’ 봇물

정기예금 중도해지비율 ‘30.6~45.7%’…연초보다 ‘두 배’ 늘어 금리 상승기 더 높은 이자 찾는 ‘예·적금’ 환승 고객 늘어난 영향

2022-11-01     홍석경 기자
1·2금융권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 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적금 갈아타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중도해지율은 연초 대비해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금리 인상과 함께, 중도해지 시에도 약정이율을 적용하는 상품을 쏟아내며 고객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분간 기준금리 상승세가 전망되는 만큼 이런 분위기는 지속할 전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중도해지비율은 지난 25일 기준 30.6~45.7%로 집계됐다. 올해 1월 중도해지비율은 18.2~26%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신한·국민·하나·농협·우리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중도해지액은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18조3000억원으로 지난달 해지액(10조2064억원)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작년 12월(5조2987억원) 대비로는 세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중도해지 건수는 31만3976건으로 지난달 전체 건수(24만432건)를 이미 넘어섰다. 올해 들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다보니 이전에 예금을 가입한 소비자 중 낮은 금리 상품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 이후 해지율은 주춤했지만, 4월 추가인상을 기점으로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7월 한국은행이 사상 초유의 0.5%포인트(p) 인상 결정을 내린 뒤에는 해지율이 진정됐다. 신규 가입액 역시 급증했다. 좀 더 높은 금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력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연 5%에서 최대 6%까지 치솟은 상태다. 특히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저축은행의 자금 유입세가 뚜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총 117조4604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4.7%(15조169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6.2%(24조3619억원) 증가하며 전 금융권에서 가장 가파른 증가율을 기록했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에 대응해 경쟁적으로 이자를 올리고 있는데, 최근에는 10%대 적금 상품까지 나와 눈길을 끌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28일 진행했던 ‘OK정기예금’과 ‘OK안심정기예금’ 특판은 3거래일 만에 목표 금액을 모두 채웠다. 이 기간 특판 상품과 다른 상품 등으로 유치된 금액은 7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해지 고객을 겨냥한 상품도 출시하고 있다. 정기예금은 상품마다 다르지만,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을 경우 중도해지하면 약정이율의 60% 정도밖에 받을 수 없어 유지하는 게 유리했다. 그러나 하나저축은행의 ‘내맘대로 중도해지 정기예금(2년 만기, 연 4.2%)’은 만기 전 해지하면 약정이율을 모두 받을 수는 없지만 기존 정기예금보다 높은 중도해지 금리를 준다. 예치 기간이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일 경우 연 3.8%가 적용돼, 사실상 3개월 만기에 연 3.8% 금리를 받는 단기 예금 효과를 누릴 수 있다. 6개월 이상 맡기면 굳이 2년을 채우지 않아도 연 4.2%의 금리가 적용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분간 금리 상승세가 지속하는 만큼, 장기간 돈을 묶어두기보다는, 단기간 예치해 좀 더 유리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