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태원 사고 주최자는 대한민국 정부다

2022-11-02     권대경 기자
권대경
사고 방식 자체가 틀렸다. 정부·여당의 이태원 사고 대응책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요약하면 주최자 없는 행사였던 탓에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소방당국의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국민의힘의 얘기다. 틀렸다. 주최자는 대한민국 정부다. 대한민국의 영토안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다수 참여하는 모임이든 행사든 축제든 뭐든 주최자는 대한민국 정부이자 해당 지자체라는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회피성 발언이 국민적 분노를 키웠다. 결국 이 장관은 사과했다. 하지만 이 장관의 발언 중에 또 하나 유의할 점이 있다. 즉 당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보수·진보 진영 집회에 경찰 병력이 투입돼 이태원 일대에는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하기 어려웠다는 부분이다.  따져보자. 보수·진영 집회는 항시 양측간 물리적 충돌의 여지가 있고 시내 한복판에서 열리는 만큼 경찰이나 소방당국 등이 신경을 써야 하는 행사가 분명하다. 그런데 집회는 분명 주최자가 있다. 만약 집회 도중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그 책임을 법적으로 물을 수 있다. 물론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이므로 또 주최자가 있다 해서 관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반문한다. 주최자가 있는 행사는 책임 소재를 따질 여지가 충분히다. 반대로 주최자가 없는 시민의 자발적 모임이나 행사는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를 따질 여지가 없다. 그런 상황이라면 정부와 지자체, 경찰, 소방 당국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더 세심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최자가 없기 때문에 질서유지나 시설물 관리 그리고 각종 범죄 발생 등과 관련해 더 많은 행정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땅에서 이뤄지는 모임과 행사 모두의 주최자는 정부와 지자체, 경찰과 소방당국이라는 얘기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게 정부다. 헌법에도 규정돼 있다. 그래서 납세의 의무도 규정돼 있다. 왜 세금을 내나. 그런 책임과 의무를 하라고 내는 것이다. 그 세금이 공무원들의 급여가 되고 수당이 된다.  국민의힘은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한 안전관리강화법을 추진한다고 한다. 관리 사각지대인 탓에 대형 사고가 난 만큼 제도 정비에 나서겠다는 게 이유다. 관리의 사각지대가 아니다. 관리의 최우선 지대였어야 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를 반드시 법에 명시해야 행정력이 반영된다면, 어떤 의미에서든 의문이 든다. 관리의 사각지대가 아니라 정부 사고방식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다 따져 법에 내용을 규정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나 연말이면 서울 명동을 포함해 전국 주요도시 번화가에는 사람들이 몰린다. 이번과 같은 압사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주최자 없는 행사의 안전관리강화법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그 규정의 근거가 되는 범위를 설정하는 데 논란이 일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100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어야 하는지, 1000명 이상 모일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 1평방미터당 몇 명이 있어야 하는 것인지 등등이다. 어떤 내용이든 규정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해당 법의 또 다른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대한민국 국민이 거주하는 집에서, 거리에서, 운동장에서, 광장에서 보장이 되지 못한다면 불안해서 어떻게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운이 나쁘면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운이 좋으면 생존하는 국가라면 그야말로 최악의 지옥과 같은 국가가 아닌가. 정부는 최소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관련해서는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모든 모임과 행사의 주최자는 정부라는 생각을 갖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