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외화콜시장 열어야” 한목소리
“마진콜 사태 귀감 삼아 외화 유동성 만전 기해야”
증권사 LCR 118.2%, 은행보다 4.6%포인트 낮아
2023-11-03 김경렬 기자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증권가에서 외화콜 시장을 열어달라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투자은행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금조달 방법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외화콜은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외화를 통상 90일 이내에 일시적으로 빌리고 빌려주는 거래로, 외국환거래법(외환법)상 은행만 할 수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화자금 조달 시장에 역마진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높은 금리로 외화 장기채를 조달한 후 유동성 확보하기 위해 해당자금을 낮은 금리의 단기채로 굴리다보니 조달금리 대비 마진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다. 외국계은행에서 직접 외화 대출을 받는 방법, 외화채를 발행하는 방법, FX포워드(외국선물환) 매매를 통하는 방법 등이다. 이러한 방식은 해외 투자사업에 이용할 만큼 유동적이지 않다.
한 업계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외화콜 시장에 역마진 우려가 나왔다”며 “외화콜 시장은 은행만 참여할 수 있어 증권사들은 오랫동안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더욱 문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외화콜 시장은 은행만 참여할 수 있다. 외화 유출 금지에 대한 금융당국의 철학을 바탕으로 증권사에는 오래전부터 외국환거래에 걸림돌이 많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황 개선을 위해 외국환 거래 규제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주기적으로 내놨다. 하지만 기본 뼈대를 바꾸지 않아 증권사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금융투자협회 주관으로 열린 ‘모험자본 공급과 일자리창출을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 세미나에서도 규제 개선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증권사들의 투자은행 역할에 대한 현실적인 한계에 대한 목소리다. 외화콜 시장에서 달러를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등 운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시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동자금을 모험자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으로 증권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를 촉구했다. 황 위원은 “증권사의 외국환 업무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일부 허용돼 있지만 외화콜 시장에 증권사의 참여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이를 허용해 증권사가 외국환시장으로부터 외화를 조달해 해외 투자사업에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자금조달이 되지 않아 증권가의 큰 손실로 이어진 사례를 귀감 삼아야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국내 증권사들은 2020년 상반기에만 1조원 이상 손실을 봤다. 특히 증권계는 2020년 ELS(주가연계증권) 마진콜(추가 증거금) 사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ELS 자체헤지 규모가 컸던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금융당국으로부터 헤지운용 리스크 관리체계 부실과 외화유동성 미흡 등을 이유로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그러면서도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5조원 이상 자금을 공급해 위기를 막았다.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 외환 보유고 유지와 환율 관리를 최우선 업무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의 외화 유동성이 취약했던 셈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9월 금융안정 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외환유출에 대비할 수 있는 유동성을 의미하는 증권사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18.2%를 기록했다. 규제비율 8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지만, 국내은행(122.8%)보다는 낮았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개선의지에 기대하고 있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는 ‘신(新)외환법 제정 방향 세미나’를 열었다. 새로운 외환법 제정을 위한 개편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세미나에서 정부는 “기존의 외환법을 폐지하고 거래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