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고(高)물가에 사상 초유의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Fed)은 지난 11월 2일(미국 동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3.00~3.25%에서 3.75~4.00%로 0.75%포인트(75bp) 올린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이후 네 차례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모두 거인의 큰 걸음을 걸은 셈이자 최근 15년간 최고 수준이다. 이로써 한국(3.00%)과의 금리 차이는 3년만에 1%포인트 차까지 벌어져 자본 유출 가능성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惡)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단행된 0.75%포인트 인상은 시장에서 예상한 결과다. 지난 10월 13일(현지 시각)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2% 올라 물가 안정이 여전히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강했기 때문이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6.6%, 전월보다 0.6%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나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여기에다 연준(Fed)이 가장 정확한 물가 지표로 여기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5.1% 오르고, 노동 시장도 강세를 지속하면서 긴축 필요성을 더했다.
문제는 다음 달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11월 24일로 올해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무리하지만, 미국은 다음 달에도 FOMC가 열린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다음 달에도 0.50%~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국 연준(Fed)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보다 최종금리 수준(how high)과 지속 기간(how long)이 중요하다.”라면서 “과소 긴축(Under-tighten)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 불능으로 만드는 것보다 과대 긴축(Over-tighten)하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투자은행 시티(Citi)그룹은 미국 최종금리가 5.25~5.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는 사실상 각 통화의 수익률과 다름이 없어, 금리차가 벌어지면 달러 수요가 늘고 원화 수요가 준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고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 상승으로 물가마저 밀어 올릴 수 있어 악순환의 심화와 가중이 우려된다.
이러한 금리정책 스탠스를 취한다면 한국은행도 금년 말은 물론 내년 1분기가 아닌 상반기까지도 인상 흐름을 쫓아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통화정책 목표가 ‘물가 안정’임을 고려한다면, 긴축 흐름이 되돌려지기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2일 “내년 1분기까지 5%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외식 등 개인 서비스 물가는 당분간 6%대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도 전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11월 2일 발표한 ‘2022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올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2020=100)로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5.7% 각각 상승했다. 이창용 한국은행총재가 “물가상승률이 5%가 넘으면 여러 고통이 있더라도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를 잡아야 한다.”라고 밝힌 것은 한국은행이 내년 1분기까지는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충분히 뒷받침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지속과 주요국의 공격적 통화·재정 긴축정책 등으로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의 ‘트리플(Triple) 상승’에 더하여 증시 폭락과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은 여전한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7개월 연속 무역적자 등 최악의 경제위기 쓰나미가 밀어닥치면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비등한 가운데 ‘스태그플레이션(Stagnation │ 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가 가일층 커지고 있다. 그야말로 폭풍권에 내몰린 위기의 한국 경제가 실물·외환·금융위기가 한꺼번에 엄습할 수도 있는 ‘퍼펙트스톰(Perfect Storm │ 총체적 복합위기)’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우리 경제의 총체적 복합위기 상황에서 연준(Fed)의 4연속‘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단행은 경제적 충격임에 틀림이 없다. 큰 틀의 경제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무역적자 축소 차원에서 수출업체 원·부자재 및 물류비 지원, 무역금융 확대, 재정건전성 복원, 구조 개혁과 규제 완화로 경제의 ‘펀더 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을 키우는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집주(集注)하여 총력 대응해야 한다.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멈춤이 없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국회와 협치를 모색해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예금 금리보다 더 빠르게 오르기 때문에 은행들은 폭증한 이자 이익으로 엄청난 이익을 얻는 데 반해 서민들과 취약 기업들은 이자 부담 고통으로 신음하게 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18일 발표한 ‘우리나라 은행의 예대금리차 변동요인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되면 은행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 차는 약 0.25%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 자금이 마르는 긴축시기에 대출금리는 즉시 가파르게 오르는 데 비해 예금 금리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해 조정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자 만성질환이다. 올 6월 말 가계부채는 1,869조 원으로 2013년(1,000조 원)의 약 1.87배나 돼 우리 경제의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최대 뇌관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가계·기업 등 민간 부문의 부채 증가 속도에 2년째 경보가 울리고 있다.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고 가계·기업들에 대한 대출금리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과도한 이자수익 추구를 자제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연대 의식을 발휘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경제위기에 가장 큰 충격을 받게 될 서민·취약계층과 한계기업에 대한 보호 대책도 나와야 한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한국은 개방경제 체제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세계 10위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치솟자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1~10월 누적 적자는 356억 달러로 확대됐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치솟으면 수입 물가는 오르고 무역적자는 확대된다.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면 높은 금리를 좇아 외국 자금의 이탈 가능성도 덩달아 커진다. 여기에 환투기 세력까지 끼어들면 환율 상승을 가속화 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정부는 금융시장 불안이 외환위기로 확산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공격적 금리 인상 스텝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선제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위기가 길어질 것에 대비한 장기 대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외환 안전망 가동은 물론이고 재정건전성 확보, 원자재 국내 조달 비중 확대 및 수입국 다변화, 에너지 다소비 구조 개선 등 경제의 체질 개선도 병행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예고된 복합위기에 맞서려면 다층적·다각적이면서 면밀하고 정교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함은 물론이다. 물가 잡기와 통화 가치 방어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미국과의 달러 기준 한·미 통화스와프(Currency swap) 체결도 동시에 서둘러야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